마르티나 힝기스(20·스위스)가 올시즌 메이저 테니스대회에서 거둔 성적표다. 우승은 고사하고 세계랭킹 1위가 무색하게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별히 어디가 아프거나 슬럼프에 빠진 탓은 아니다. 힘의 시대 를 맞은 여자 테니스계에서 그 위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힝기스는 파워와 거리가 먼 게 사실. 정교한 스트로크와 테크닉이 주무기다.
올 그랜드슬램 무대에서 힝기스를 꺾은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 마리 피에르스(프랑스), 비너스 윌리엄스(미국)가 모두 우승했다. 힝기스전 승리=우승 의 등식이 생긴 셈.
이들은 모두 강력한 서비스와 과감한 네트 플레이로 힝기스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남자선수의 전유물인 서브 앤드 발리도 활발하게 구사했다.
이번 윔블던에서도 파워 테니스를 구사한 선수들은 계속 상한가를 쳤다. 4강 진출자 가운데 세레나 윌리엄스는 49개의 서브에이스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 데이븐포트(45개)와 비너스 윌리엄스(36)가 각각 2,3위. 서브의 최고 속도는 180㎞를 웃돌 정도였다. 반면 힝기스는 10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9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1개 이상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낸 힝기스. 하나 남은 US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보약이라도 먹어 힘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