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양형이나 구속 여부에 대해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불법 로비 의혹을 둘러싼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과 법원이 혐의의 정도 문제가 아니라 사건 본질에 대해 큰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검찰과는 달리 린다 김이 끼어든 백두사업 등 일련의 군 전력증강사업 추진과정에 구조적인 불법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 것 같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도 없는 린다 김과 백두사업을 진행하던 군 실무자의 ‘부적절한 관계’를 확인해 판결문에 포함시켰고 직권으로 증인을 소환해 불법로비 행태를 입증하기도 했다.
재판장이 선고공판을 끝낸 뒤 이례적으로 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검찰이 수사기록을 일부만 넘겨서 내가 이 사건과 관련해 알고 있는 것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도 검찰이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검찰은 군 수사기관의 자료를 넘겨받고도 불법 로비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는 파문의 확산을 막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전직 국방장관과 국회의원 등 정관계의 막강한 실력자들이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의 뒤를 봐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남녀 관계를 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건의 본질을 외면했다.
우리가 거듭 강조했듯이 린다 김 사건의 본질은 이번에 법원에 의해 확인된 그의 불법 로비가 군 전력증강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 하는 것이다. 대가가 오고간 불법 로비의 결과로 수천억원이 들어간 백두, 금강, 하피사업 등 군 현대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는지 국민은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 법원은 린다 김과 군 실무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구조적인 불법 로비의 중요한 단서로 파악했다. 그런데도 전직 국방장관이 스스로 인정한 린다 김과의 부적절한 관계는 스캔들에 불과한 것인지 검찰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이제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그동안 언론이 제기한 갖가지 의혹만으로도 수사단서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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