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뺑소니-강도 3차례 붙잡은 박윤식씨

  • 입력 2000년 7월 10일 00시 27분


‘뺑소니범 킬러.’

20년 운전경력의 택시운전사가 세차례에 걸쳐 뺑소니범과 강도범을 격투 끝에 붙잡아 화제다.

광주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박윤식(朴潤植·45)씨는 지난달 15일 오전 1시경 남구 방림동 외곽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을 치고 달아나는 승용차를 보고 뒤쫓았다.

800여m를 추격한 박씨는 방림파출소 부근에서 문제의 승용차를 가로막고 운전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이 운전자는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콜농도 0.19%로 밝혀져 구속됐다.

“경찰서에 가보니 이 운전자가 한때 같은 택시회사에서 근무했던 동료 운전사의 처남이더군요. 입장이 난처하긴 했지만 ‘거리의 무법자’를 그냥 둘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박씨는 5년 전에도 광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환경미화원 2명을 치어 중상을 입히고 달아난 20대 운전자를 격투 끝에 붙잡아 경찰에 넘긴 적이 있다.

당시 그 운전자로부터 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던 박씨는 “수차례 협박전화를 받으면서 이사를 하고 전화번호까지 바꾸기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꼭 이런 일을 해야 되는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83년 1월 부산에서 택시를 몰다가 금은방을 털고 나오던 강도와 격투를 벌이던 중 흉기에 복부를 찔려 한때 택시일을 그만두고 제약업체 차량을 몰기도 했다.

그는 주위에선 뺑소니범 검거 사실을 시청에 신고하면 개인택시 면허를 쉽게 취득할 수 있다고 귀띔을 해줬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시청을 찾지 않았다.

개인택시 면허를 따려고 기를 쓰고 뺑소니범만 쫓아다닌다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였다. 박씨는 올 1월 5400만원을 주고 개인택시를 샀다.

박씨는 “가족들이 ‘차량번호만 신고하면 될 것을 왜 목숨을 걸고 범인을 잡으려고 하느냐’며 걱정이 많지만 뺑소니사고로 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만 보면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 “아마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탓인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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