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agazine]"디지털신문 갈 길이 멀다"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59분


뉴스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감히 한 번 생각해보자. 미래의 신문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니, 신문에 미래가 있기는 있는 것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신문의 의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신문이란 값비싼 펄프로 만든 종이 위에 잉크로 글자가 인쇄된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면, 신문의 미래는 정말 어둡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이 머지않아 종이에 인쇄된 신문의 모든 기능을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신문은 트럭에 실려 배달되는 종이신문보다 훨씬 빨리, 싸게,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독자는 어디에서나 디지털 신문을 다운받아서 읽을 수 있다.

또는 종이와 같은 느낌을 주지만 가정용 컴퓨터에서 한없이 되풀이 사용될 수 있는 전자 시트에 신문을 프린트해서 볼 수도 있다. 이런 기술은 이미 우리 손이 닿는 곳까지 와있다.

그렇다면 이런 신문이 정말로 등장하는 것은 언제쯤일까. 슬프게도 인터넷 숭배자들이 ‘무료’ 디지털 뉴스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디지털 신문의 제작비용을 충당할 방법을 찾아내기 전에는 어려울 것 같다.

인터넷은 지금까지 신문을 운반하는 트럭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훌륭한 기자 로봇이나 전자 편집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정보를 모으고 해석해서 기사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값비싼 인건비를 충당할 방법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인터넷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신문들로부터 값비싼 뉴스를 공짜로 받아쓰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신문이 실제로 등장했을 때 종이 신문이 재정을 충당하던 방법이 인터넷에서도 쉽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신문사가 거둬들이는 수입의 4분의 3은 광고에서 나온다. 광고 중에서도 구직, 구인 광고 같은 작은 항목별 광고들이 주수입원이다. 하지만 이런 광고들은 인터넷에서 굳이 신문과 결합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일반 광고도 쇼핑 카탈로그나 TV 오락물을 닮은 웹사이트들로 옮겨가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신문은 독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에 더 많이 의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기 있는 뉴스 사이트들은 광고주를 위해 독자를 소비자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수수료를 받는 방법도 모색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신문에서 빼앗아 간 엄청난 광고비의 극히 일부만을 뉴스 보도에 사용하고 있는 TV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이 ‘무료로 뉴스를 전달하겠다’는 약속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다. 미국인들은 자신이 지불하는 돈의 액수만큼 그 수준에 맞는 저널리즘을 접하게 될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709mag-wordimag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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