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김정태(金晶泰)노조위원장은 “전날 협상장에서 나와 파업집회 장소인 연세대에 가 보니 당초 1000여명이던 파업 동참 조합원이 20명만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파업참가율이 의외로 저조했고 지점장들로부터 전화도 많이 와 어려움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파업초기부터 조합원이 700∼1000명 빠져나갔고 지도부 20명과 파업에 들어가기도 상당히 부담이 됐던 것.
그러나 김 위원장은 “다른 은행에 충격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며 “금융산업노조에서 징계를 받을 각오가 돼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은행원은 선량한 사람들이다. 파업을 결단하기 힘들었지만 정부가 너무 잘못해 잘해보려고 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지도부는 11일 오전 11시55분경 “조합원의 파업 찬반 거수투표 결과 파업철회를 결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조합 분회장 앞으로는 “즉각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노조 지도부 관계자는 “파업을 선언한 1일 이후 9일까지 예금이 급속히 빠져나갔다”며 “최근 파업을 선언했던 지방은행이 유동성부족을 겪어 이러다가는 외환은행도 회생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결정에는 11일 오전 7시45분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의 파업철회 선언이 자극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른바 우량은행으로 알려진 하나 한미 신한이 아예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데다 국민 주택 등의 참여율도 저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 금융의 커다란 숙제인 관치금융을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그러나 우량은행이 참여하지 않는 은행권 파업투쟁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반발도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은 ‘노동자를 위한 파업에서 은행(사측)을 위해파업을 중단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왜 파업집회자리를 이탈했느냐’, ‘장대비를 맞으며 파업에 동참한 결과가 고작 이거냐’는 등 질책이 이어지고 노조지도부의 거취문제까지 거론됐다는 것.
전날부터 연세대에서 밤샘 집회를 가졌던 외환은행 노조는 밤샘 집회로 극도로 피곤한 상태인 만큼 직장복귀는 12일로 연기해 달라고 은행측에 요청했다.
<김승련·이나연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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