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0년 법관' 마감하는 강봉수 서울지법원장

  • 입력 2000년 7월 11일 20시 57분


19일 퇴임식을 갖고 30년간 정든 법원을 떠나는 강봉수(康鳳洙·57)서울지법원장의 ‘늦둥이 자녀 11명’ 이야기가 법원 내에서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강원장은 부인 이상순씨(55)와 함께 91년 경기 여주시의 한 주택에 ‘그룹 홈’이라는 불우 아동 생활 시설을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이곳에 있는 ‘자녀’는 모두 11명.

“아내가 대학생 때부터 불우 아동들에게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활동을 했습니다. 이 일도 버려진 아이들을 모아 진짜 가정에서처럼 키워 보자는 아내의 제의로 시작했지요.”

‘아버지’ 강원장은 바쁜 법관 생활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이 ‘자식들’을 찾았다. 놀이시설에 데려가려고 봉고차도 장만했고 스스로 운전사를 맡았다. 이미 장성한 1남 1녀를 다시 키우는 느낌으로 학교도 보내고 피서도 함께 갔다. 그룹 홈은 뜻을 같이하는 독지가 2명의 도움으로 운영했지만 스스로 운영비를 보태려고 시골에서 고추를 구입해 친지들에게 직접 팔러 다닌 적도 있다.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살아 있습니다. 부모들을 잘 설득해 아이를 부모의 품에 되돌려 줄 때 가장 보람이 있어요.”

강원장은 96년 법원 내 최초의 판례 검색 프로그램인 ‘법고을’을 만드는 등 사법부 정보화에 기여했고 1월부터는 ‘시민과의 대화’등을 통해 ‘열린 법원’을 만드는데 앞장섰다.

앞으로 변호사로 활동할 그는 “늘 소외된 이웃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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