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자정경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는 이런 국회 입법권을 무색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발단은 민주당 김명섭(金明燮)의원이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시작됐다.
올 7월부터 특례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것을 뼈대로 한 이 법안은 복지부가 입법 잘못으로 7월 지급이 어렵게 되자 여당의원인 김명섭의원에게 부탁해 제출한 것.
그런데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은 이날 회의에 배포된 입법검토서가 하루전 나온 입법검토서와 그 내용이 다르다며 정식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김홍신의원은 “전날 배포된 보고서에는 ‘이번 법안이 국회의 입법권을 경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하는 등 강한 비판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오늘 보고서에는 모두 빠졌다”며 보고서의 변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당사자인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을 제출한 의원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고 인정한 뒤 “의원들이 앞으로는 간섭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김명섭의원이 “당신이 뭔데 의원 입법권을 문제삼느냐”고 윽박질러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 법안은 복지부가 이미 3월부터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했다가 시행일이 가까워오자 뒤늦게 여당의원에게 입법을 ‘의뢰’했던 것. 이 때문에 복지부 소관업무인 약사법 개정안 마련에 가뜩이나 골머리를 앓던 복지위 소속의원들 사이에는 “우리가 쓰레기 하치장이냐”는 불만이 팽배했었다.
이날 사건은 한 의원과 전문위원 사이에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안이 터지면 무책임하게 국회로 넘기고 보는 정부와, 정부의 껄끄러운 대목을 감싸주기 위해 입법권을 ‘수수방관’하는 의원이 있는 한 의료대란 같은 정책적 위기가 계속 양산되지 않을까.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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