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日 도모시비극단 '금강산 호랑이' 내한공연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33분


‘금강산 호랑이’는 어디에 있을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일본에는 분명히 있다.

일본의 아동 청소년 전문극단인 ‘도모시비’. 놀랍게도 이 극단은 89년 ‘금강산 호랑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초연한 뒤 주요 레퍼토리의 하나로 12년째 공연해 왔다. 한국 공연도 3차례나 가졌고 97년에는 전편을 한국어 대사로 공연했다.

한국도 아닌 일본 땅에서 ‘금강산 호랑이’에 대한 애정을 키워온 일본의 극단이 24일부터 방한 공연을 갖는다.

제목만 그럴듯하게 붙인 ‘종이 호랑이’가 아니라 구성과 내용에서도 한국적 색채가 강하다. 이 작품은 산과 강의 탄생에서 도깨비와 바위를 의인화한 소년과의 싸움, 무서운 금강산 호랑이와 사냥꾼의 이야기 등 크게 8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무용과 마당극, 인형극 등이 결합되어 있고 장구 아쟁 북 징 등 한국의 전통 악기들이 음악으로 사용된다.

23일 방한하는 이 극단의 대표 다까시바 히데키(高柴秀樹)는 12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의 기획 의도는 ‘문화적 선배’이자 이웃나라인 한국에 대한 우호와 존경심을 담아 일본 어린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라며 “그래서 한국 민화(民話)에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호랑이와 도깨비를 작품의 소재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한국 무용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세키야 유키오가 구성과 연출을 맡았고 재일무용가 박정자가 안무를 담당했다. 장구와 무용 강습, 한국어 연습에서 재일 유학생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이 극단의 단원 45명은 대부분 일본인이다.

62년 결성된 이 극단의 뿌리는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전한 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기던 ‘노래소리 다방’에 닿아 있다. 히데키는 “전후 일본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함께 민주사회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신주쿠 노래소리 다방 도모시비’도 그런 성향을 띠고 있었고 이후 음악 활동과 음악극을 중심으로 극단의 창단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97년 공연 때보다 더 뛰어난 한국어 연기와 연주 실력 등을 보여주고 싶다”며 “현재 한국 민화를 주제로 한 새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19일까지 서울 성북구 송파구 등의 구민회관과 전북 익산 시민문화회관 등을 순회하며 공연한다. 02―745―5127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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