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란을 몰고 올 것 같던 금융노조 파업 협상이 타결되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해결하는 모델을 제시했다고 할 만하다.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확대재생산되면서 피로감이 만연하던 우리 사회에 모처럼 들려온 시원한 소식이었다.
경제위기 이후 거듭되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감원 불안에 시달리던 금융노조가 구조조정의 원칙을 다시 수용하고 관치금융 철폐를 담은 총리 훈령을 끌어낸 점은 높이 사주고 싶다. 대타협을 이루어내기까지 노사정은 의견의 접점을 찾기 위해 며칠씩 철야 토론을 벌이고 서로 힘의 자기절제를 하면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노사정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도 원칙을 지킴으로써 모두가 이기는 윈윈 게임의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금융 쪽의 쾌거에 비해 의약분업은 아직도 혼돈 그 자체다. 이대로 가면 공연히 건드려 덧만 내고 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의약분업은 결국 실패로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물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굳어버린 의료관행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의사 약사의 이해가 엇갈리고 환자에게 불편이 따르는 새 제도는 의사 약사 환자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형편이 이러함에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가장 기초적인 준비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 약사의 갈등 조정을 소홀히 하고 시행 시기에만 집착했다. 관련 단체의 반발이 생김에 따라 의약분업안을 덕지덕지 깁는 사이에 두 단체로부터 동시에 신뢰를 잃고 조정 능력을 거의 상실하는 지경에 빠졌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약사 단체에 끌려다니지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중심을 잡고 원점에서부터 의약분업을 재검토해 금융 쪽과 같은 대타협안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 협상대표가 합의한 결정이 번번이 뒤집어지는 것은 명분 따로, 속셈 따로의 이중 플레이 때문이라고 본다. 의약정(醫藥政) 3자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견해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며칠 밤 철야 대화를 해서라도 이번 국회에는 3자가 완전히 합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약사법 개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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