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군중의 폭력 '자연의 섭리'일까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0분


인간이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생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커지면서 지능이 생겨난 것도 복잡한 사회생활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사회성이 높은 생물들은 하나같이 지구상에서 가장 영리하고 가장 복잡한 생물들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들로 이루어진 군중보다 더 멍청하고, 더 원시적이고, 더 위험한 것은 없다고들 하는 것일까. 인간이 지닌 사회성의 뿌리가 영장류였던 우리의 과거에 닿아있고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것보다 단체생활의 이점을 깨달은 것이 먼저였다면, 인간이 아닌 동물의 단체행동에도 인간 군중과 같은 위협적인 면이 있는지 한 번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인간의 못된 행동을 보여주는 예는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수십 명의 여성들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에서 해군과 해병대 소속 군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던 테일후크 스캔들이 좋은 예이다. 뉴욕의 풀장에서 청년들이 한 여자를 둘러싸고 그녀의 수영복 상의를 벗긴 다음 물을 마구 튀겨서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또 어떤가. 물론 유럽의 축구장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 지거나 이겼다는 이유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다.

도대체 얌전한 군중을 이렇게 난폭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군중이 폭도로 변하는 것은 과연 자연스러운 일인가.

미시간 대학에서 영장류 동물학과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는 바바라 스머츠 박사는 “동물들에게서 인간 군중과 비슷한 행동을 찾아내는 것이 인간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는 빌미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야생에서 동물의 집단행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군중행동과 대략적으로 일치하는 행동을 관찰한 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젊은 수컷들이 함께 몰려다니는 현상은 여러 종의 동물에게서 관찰된다. 이 젊은 수컷들의 집단은 같은 무리에 속한 다른 구성원들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는데, 주먹코 돌고래의 경우에는 이 집단이 다른 수컷들로부터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컷을 빼앗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이 수컷들은 암컷을 빼앗은 다음 암컷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거의 사악하게 보일 정도로 난폭해진다. 지느러미로 암컷들을 후려치거나, 이로 깨물거나, 주둥이로 후려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이 수컷들은 암컷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만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또는 누가 대장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다른 돌고래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애틀랜타에 있는 여키스 지역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영장류 동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프랜스 드 왈 박사는 “수컷들의 집단에서 관찰되는 행동 중 일부에 대해서는, 그것을 암컷과 짝짓기를 하려는 행동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다른 수컷에게 자신을 과시하려는 행동이자 집단 내의 위계질서 속에서 지위를 확보하려는 행동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암컷과 수컷이 모두 포함된 친족집단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들개들 사이에서는 우두머리 암컷과 그 자매들이 무리 안에서 자신들과의 친족관계가 좀 더 먼 암컷들의 새끼를 죽여버리는 경우가 있다. 모든 암컷들이 우두머리 암컷의 새끼를 돌보는 데에만 헌신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는 집단생활의 이점이 위험보다 더 크다. 집단생활을 통해 육식동물이나 공격적인 이웃들로부터 안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머츠 박사는 영장류 중에서 암컷이 강간을 당하는 것은 오직 오랑우탄뿐인데, 암컷 오랑우탄들은 다른 원숭이들과 달리 혼자서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아직 독립하지 못한 새끼만을 데리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즉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암컷 오랑우탄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수컷과 마주쳐서 교미를 강요당할 때 마지못해서나마 그녀를 도와줄 동료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review/070900animal―behavior―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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