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의 세금이야기]부과세의 부메랑 효과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0분


음식점 주인들이 ‘코너’에 몰렸다. 이른바 ‘현금수입업종’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강화되면서 세금에 완전히 포위된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음식점 등 현금을 주로 받는 사업자의 신용카드 가맹을 적극 독려했고 미가맹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다그쳤다. 그 결과 대부분 식당이나 업소들이 신용카드 가맹을 했고 카드를 받으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카드를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5만원 이상 접대를 하고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접대비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 사장이 직원과 회식을 하고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회식금액의 10%를 ‘증빙불비가산세’로 매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월급쟁이가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연말정산시 세액공제를 해주고 올해부터는 ‘국세청 개청 이래 최고 위대한 아이디어’라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가 실시돼 신용카드 사용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밖에도 과세특례제도 폐지 등 자영업자의 과세 양성화를 위한 갖가지 방안이 시행돼 한동안 세부담 형평성 차원(세부담이 적다고)에서 코너에 몰렸던 이들이 거꾸로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고 항변할 위치에 놓인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급증하면 자영업자들의 사업 외형은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은행과 국세청의 거대한 컴퓨터가 업소의 매출을 빠짐없이 집계해 주기 때문이다. 당연히 세금을 빼먹을 방법이 없어진다. 이제는 세무서가 업소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가 업소의 탈세를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좋다. 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부가세가 간접세라는 사실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 부가세 제도의 비현실성이다.

부가세는 간접세다. 소비자가 세금을 부담하고 업소는 그 세금을 정해진 날짜에 세무서에 신고하고 납부하면 되는 제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4000원짜리 설렁탕에 세금(10%)을 정확히 계산해 4400원을 받는 업소는 거의 없다. 4000원을 받는 경우라면 설렁탕 값은 3600원이고 부가세 360원을 더하면 전체 음식값은 3960원이 돼야 맞다.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에게 받은 4000원 모두가 매상이고 소비자들도 설렁탕 값이 4000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신고기간이 되면 업소 주인은 자신의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제대로 부가세가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부가세 제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목 고세율’ 체계이다. 거래금액의 10%를 세금으로 받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업소들이 웬만큼 세금을 빼먹는 것을 전제로 매겨진 세율이라는 것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고 신용카드라는 ‘요술방망이’가 소비자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업소의 탈세를 감시하고 있다.

게다가 음식업의 경우 15%만 성공한다는 통계에서 보듯 음식점업이 ‘노다지’는 아니다. 음식점도 생존율 면에서는 일종의 벤처기업과 다를 것이 없다.

지금과 같은 방식대로 자영업자들을 밀어부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업소들은 일단 소비자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방법으로 세금에 저항할 지도 모른다. 부가세율을 내리는 등의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입게 된다.

<세무사·sbc001@tax―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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