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최근 펴낸 하반기 국내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증시의 앞날을 결정짓는 것은 외국인의 투자패턴이라기보다는 국내 변수이며 그 중에서도 채권시장 안정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자금난에 직면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짐과 동시에 증시는 하락추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메릴린치는“실물경기는 전년대비로는 좋아지고 있지만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크게 둔화되고 있다”면서 “채권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경기가 심각하게 악화돼 현재의 증시 반등 국면이 끝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시장이 정상화되면 시장 주도주는 중장기적으로 은행주로부터 그동안 신용경색으로 자금난을 겪어왔고 주가가 현저하게 저평가된 2, 3류의 재벌 소속 계열사들이나 소형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관들이 시가총액 비중만큼은 은행주를 편입할 것이며 나아가 은행이 회사채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경우 우량은행주가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고 메릴린치는 예상했다.
메릴린치는 또 정부의 자금시장 대책이 먹혀들어 채권시장이 정상화되면 지난 2년간 엄청난 국제수지 흑자를 통해 증가한 유동성 압력이 현실화돼 증시는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 국면으로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15%정도 과소평가돼 있는 원화가치를 방어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허사에 그칠 것이며 3년 만기 회사채금리가 연말까지 9.0%까지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계속 적극적인 외환개입을 할 경우 시중유동성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최악의 경우 80년대 중반의 자산거품 현상이 재연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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