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씨는 공항과 감리단측이 문제점을 알고도 덮거나 허위 문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항측은 문제를 은폐하려 한 적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양심선언’에 대해 공항측은 “개인적 공명심이 있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적인 문제들을 전체적인 큰 문제로 착각한 것 같다”는 주장. 정씨의 문제 제기와 공항측의 입장을 대비해본다.
▽내화시설〓정씨는 98년 12월부터 99년 1월까지 시공된 여객터미널 A공구 내화 분무칠 시공에서 두께 기준 미달 사례가 발견됐다고 주장. 이에 대해 공항측은 이미 1월에 감사원에서 전면 재조사했으며 불합격 부위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완료했다고 반박.
▽건축구조〓정씨는 98년말부터 99년 3월까지 이뤄진 여객터미널 지붕(트러스) 철골 시공 감사에서 용접 부위의 30% 가량에 균열이 발견됐다고 지적. 그러나 공항측은 지난해 균열 발생 후 국내외 전문가들이 검토한 결과 구조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주장.
▽방수시설〓정씨는 공항 시설 전체에서 바닥 슬라브 누수, 지하차도 누수, N3열 옹벽 보수 미흡 및 균열 발생으로 인한 누수 현상이 발견됐다고 지적. 이런 누수에 대해 감리원의 검측을 거친 정상적인 크랙 보수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공항측은 지하차도의 경우 누수 대비 조치를 완료했으며 전 지역에 대해 누수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
▽공사감리 및 관리감독〓정씨는 지난해 6월 골조공사 준공시 관련 검측문서(ITP)가 30개 정도 누락된 사실이 발견됐으나 감리단측이 검측문서를 위조하고 담당 감리원의 허위서명을 강요했다고 주장. 공항측은 감리단 내부의 업무처리 사항으로 사실 여부를 알아본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 정씨는 또 무자격 업체가 감리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으나 공항측은 현재 감리를 맡고 있는 까치종합건축사무소는 국내 유수의 감리회사라고 설명.
▼전문가 진단▼
정씨의 폭로와 공항측의 해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안별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건축학과 이현수(李鉉秀)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하는 대공사라서 부분적인 하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공정관리 측면에서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상의 하자들을 잘 보수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열의 전달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내화 분무칠 시공이 기준에 미달하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구조물의 파손이 일어날 수 있다”며 “불연 내장재 등의 부실 시공은 대형 인명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태원씨는 누구▼
97년 8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35개월 동안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신축 현장에서 감리원으로 일했다. 전공은 내화 분야 감리. 지난해 최우수 감리원으로 선정됐으나 지난달말 인천공항의 여객청사 및 활주로 관제탑 등 기본시설 준공 이후 다른 감리원들과 함께 인천공항 관련 일에서 떠났다. 정림건축사사무소 소속으로 지금은 일산 동국대병원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