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동남아에서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우리는 너무도 태연했었다. 당시 경제사령탑이었던 강경식(姜慶植) 부총리는 “펀드멘털이 강해 끄떡없다”면서 지방 강연에만 주력하고 있었다. 강 부총리가 전국을 돌며 ‘지식경제’를 설파하고 다니는 사이에 외환위기는 계속 확산됐다. 급기야 그 해 11월 우리는 IMF 신세를 졌다.
요즈음 다시 동남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지난 주말 ‘제2차 세계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우리의 느긋한 자세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고위당국자들은 외환보유고가 900억달러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결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강부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1400억달러 이상의 외채를 안고있는 나라에서 900억달러의 보유외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시각은 다소 안이한 측면이 있다. 그나마 보유 외환도 외국에서 빌려온 게 많다. 특히 최근 들어 단기 부채의 비중은 위험수준으로 까지 치솟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걸어놓고 있는 형국이다. 동남아 사태를 얕보다가는 3년 전의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 요코하마에서는 21일부터 선진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린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실세들의 모임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금융 시스템개혁과 전자상거래 국제법규제정, 그리고 e비즈니스 기술 모델 특허부여 방법 등이 주 의제로 채택되어있다. 모두 우리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대현안이다. 대표단을 보내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3각 외교 방식을 통해서라도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새 인터넷 도메인 확장자 마련을 위한 국제회의도 같은 기간 중 요코하마에서 열린다. 세계 22위로 처져있는 우리의 정보화지수를 끌어올릴 좋은 기회이다.
현대의 계열분리도 관심사이다. 6월말까지 자동차를 분리한다고 약속해놓고 아직 요지부동이다. 정부로서는 금명간 결단을 내야할 입장이다. 이밖에도 △대우차 부실 책임자 처벌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주파수 할당 △파업은행의 수신고 되돌리기 △경제부처 개각여부 △개방형 신통상정책, 그리고 △마늘협상과 농민의 피해 등도 유심히 챙겨보면 경제를 한 수 앞서 짚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대호<경제부장>tige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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