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높게 더 높게'도심 초고층빌딩 건설 붐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55분


63빌딩 관리 전문업체 63시티의 정재훈과장은 요즘 허전한 생각이 든다. “85년 준공 때 동양 최고의 빌딩이었는데 앞으로 몇 년 안에 국내에서조차 몇 계단 내려서야 할 것 같네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언젠가는 닥칠 결과였지만 아쉽습니다.”

정과장의 말처럼 최근 서울 도심 곳곳에 63빌딩(248.5m)이 지켜온 최고(最高) 빌딩 자리를 넘보는 빌딩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 양천구 목동에 69층(256.2m)의 주상복합빌딩 ‘하이페리온’을 신축 중이고, 삼성물산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66층(233m)의 주상복합빌딩 ‘타워 팰리스 Ⅰ’을 올리고 있다.

삼성은 ‘타워 팰리스 Ⅰ’ 옆에 70층 높이의 ‘타워 팰리스 Ⅲ’(높이는 미정)를 신축키로 하고 최근 서울시로부터 건축심의를 받았다.

또 서울시는 최근 ‘용산 부도심 상세 계획’에서 용산역 일대에 80층(350m)의 초고층 빌딩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3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 잇달아 20여개가 더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축 중인 초고층 빌딩들은 63빌딩과 달리 대부분 거주용으로 건립되는 게 특징. 삼성물산 권대용부장은 “서울 도심에서 사무용 빌딩은 공급 과잉 상태인 반면 주택은 만성적인 수요 초과 상태여서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초고층 빌딩 건설이 붐을 이루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 부동산개발전문업체 MDM의 문주현사장은 “건물이 30층을 넘으면 30층 이하의 건물보다 건축비가 15% 이상 더 든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쾌적한 전망을 갖췄느냐의 여부가 인기 아파트의 기준이 되고 있어 사업주 입장에서는 초고층을 고집하게 된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교통 체증으로 직장과 주거시설이 합쳐진 도심 건물의 선호도는 높아진 반면 여유 부지는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 초고층 건물이 유일한 해법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있다.

국내 건축 기술 수준이 높아진 것도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이페리온’ 건설 책임자인 현대건설 고병민이사는 “63빌딩의 경우 일본 기술진에 전적으로 의존해 지어졌지만 ‘하이페리온’은 현대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다 한다”고 자랑했다.

초고층 빌딩 건립으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교통 체증 심화. 현재 건립되고 있는 초고층 빌딩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대부분 상류층을 겨냥해 가구당 평균 주차대수만 2, 3대에 이를 정도. 따라서 이 건물들이 완공되면 주변 도로의 체증이 심해질 우려가 높다.

서울 양천구 목동 4단지에 사는 주부 이지연씨(37)는 “목동 일부 지역의 도로는 이미 주말이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며 “‘하이페리온’이 준공되면 교통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도시공학과 안건혁교수는 “서울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초고층 빌딩이 난립할 경우 자연스러운 대기 순환에 영향을 줘 공기오염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고층 건물이 난립하면 전체적인 도시 경관의 조화가 깨지게 되고, 고밀화에 따른 주거여건 악화 가능성이 큰 만큼 서울시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사업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초고층 빌딩은…▼

초고층에 살면 한전에서 보내는 전기가 끊길 경우 걸어 올라가야 할까. 정답은 “아니오”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마다 자체 비상 발전기를 설치 운영하기 때문이다. 초고층 빌딩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초고층 빌딩의 기준은?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은 없다. 다만 관행적으로 5층 이하는 저층, 5∼15층 이하는 중층,16∼30층 이하는 고층, 31층 이상은

초고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같은 분류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초고층을 50층 이상으로 높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초고층 빌딩에 허리띠?

초고층 빌딩은 옆에서 가해지는 충격에 약해 태풍 같은 강풍이 불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역도선수가 역기를 들 때 허리에 띠를 둘러 힘을 보강하듯

초고층 빌딩에도 ‘벨트 트러스(belt truss)’라는 장치를 설치하게 된다. 이 장치를 ‘허리띠’라고 부른다.

69층 높이의 ‘하이페리온’의 경우 9층, 32층, 50층 등 3개소에

벨트 트러스가 설치돼 있어 초속 35m (측정높이 10m 기준)의 강풍에도 건물이 좌우로 25∼30㎝ 흔들리는 데 그친다.

■환기는 어떻게?

초고층 건물은 바람 때문에 창문을 많이 열 수 없다. 따라서 실내 환기가 중요한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건물마다 조금씩 다르다. 삼성 타워팰리스의 경우 층마다 공기정화기를 설치,

각층 건물 외벽에 촘촘한 구멍을 뚫어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고

내부 공기를 배출하고 있다.

■재건축할 수 있나?

대부분 골조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짓기 때문에 재건축할 필요가 없다. 건물이 노후했다고 느껴지면 골조는 남겨둔 채 나머지 부분을 개보수하면 된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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