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인천 세어도, 영종대교 건설뒤 갯벌 사라져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58분


농어의 코고는 소리까지도 들린다는 인천 서구 세어도 주민들. 이 곳 사람들은 농어철인 요즘 어획고가 크게 줄어든 데다 갯벌에서 수확되는 바지락도 점점 씨가 마르고 있어 걱정이 태산같다.

5대째 고향을 지키고 사는 최영식씨(62). 세어도의 제1호 터줏대감이지만 나이로 치면 23가구 50여명의 주민 중 세번째로 젊어 동네에서 어른행세를 하기 어렵다.

딸 셋을 출가시키고 직장에 다니는 아들을 인천 도심으로 내보낸 그는 부인 이경자씨(54)와 단란히 보낼 ‘황혼기’에 고향을 등지려는 생각까지 했다. 10대 때부터 고기잡이에 나섰던 그가 3∼4년 전까지만 해도 세어도 앞바다에서 농어를 하루 100㎏ 가량 잡아들였지만 요즘에는 10㎏ 밖에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어 텃밭이었던 곳에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영종대교가 놓이고 강화도 쪽에 강화 제2대교 공사가 시작되면서 물길이 바뀌고 갯벌이 없어졌다. 이렇게 바다환경이 갑자기 변하면서 농어가 이제 세어도 앞바다를 찾지 않고 있는 것.

최씨는 “7∼9월에 잡는 농어는 기름기가 잘잘 흐르기 때문에 맛도 가장 좋아요. 산란기를 앞둔 늦가을에는 ‘빽빽’ 소리를 내면서 아주 날쌔지는데, 이제 이런 모습을 지켜보기 힘들게 된 것 같다”고 한숨을 토했다.

이뿐이 아니다. 세어도 앞에 펼쳐진 갯벌이 공항 공사로 쓸려 나가면서 무릎까지 차오르던 뻘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갯벌 주변에서 하루 100∼130㎏ 가량의 바지락을 주웠던 주민이 요즘은 10㎏도 담아내기 힘들다.

93년부터 인천 연안부두를 오가는 민간 여객선이 적자누증으로 끊기자 인천 서구가 8.5t급 행정선을 지원해줬지만 기름값이 모자라 하루 한 차례 밖에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주민들의 큰 불편거리.최씨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도심으로 나가려 하지만 고향을 버릴 수는 없어 안타깝다”며 “행정 당국이 고기방류를 통해 어장을 보호해 준다면 이 곳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기자>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