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만점이 영작문 최저등급▼
그러나 예상 밖으로 영어 특기로 수험생이 몰리면서 토플 시험이 대체 입학시험처럼 등장했다. 토플 시험장마다 수험생이 넘치고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어린 중고생들이 토플시험 신분 증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권을 발급받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영어학원들은 토플 강좌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학원들은 영어 실력 향상보다는 시험 치르는 요령을 가르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토플 시험은 전체 문항을 모두 맞추면 677점을 얻게 돼 있다.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려도670점 이상의 점수를 받게 되는데 600점만 넘으면 영어권의 어느 대학에서나 수강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토플 성적으로 경쟁하는 특별 전형에서는 만점을 받지 못하면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670점 이상 받은 학생도 만점을 받기 위해 다시 토플 시험을 치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객관식 시험에만 신경쓰다 보니 영작문 시험(TWE)은 등한시해 토플 점수 만점을 받은 성적표에 영작문은 최소한의 능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기재되는 사례도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수 재능 보유자 특별 전형이란 컴퓨터에 특수한 재능을 가진 학생이 전산계열에 진학하거나 글재주가 뛰어난 학생이 문학계열에 지원할 때 다른 학과 성적이 좀 떨어지더라도 입학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특수 재능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학생을 평가해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보유 재능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인기학과에 학생이 몰리고 있다. 특수 재능 보유자는 대학별 모집 정원 내에서 선발하게 돼 있어 노래를 특기로 인정받은 인기 가수가 입학한 학과에서는 수학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간발의 차이로 낙방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현행 대학 입시는 수학능력시험 성적과 고교내신성적 및 논술 고사를 중심으로 하는 수학능력 위주의 입시와 성적 이외의 다른 기준으로 뽑는 특별 전형에 의한 입시로 나눌 수 있다. 특별 전형에 의한 입시는 고교장 추천, 특수 재능 보유자, 재외 국민 및 외국인, 농어촌 학생, 특수교육 대상자, 교육 기회 균형 제공 대상자, 체육 특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고교장 추천 전형은 고교에서 학업 성적을 반영해 추천하기 때문에 수학능력 위주의 입시와 차이가 없다. 그러나 나머지 특별 전형에서는 수학 능력이 정규 모집 학생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험생도 입학할 수 있게 돼 있다.
▼최저 학력기준 적용해야▼
특별 전형 입시제도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특수한 재능을 가진 영재를 발굴해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특별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일정한 학업 성적을 유지해야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으로 수학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특별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 중에는 학과 성적이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해 누적된 학사 경고로 결국 제적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입시제도라도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특수 재능자 특별 전형도 당초 예상과 달리 영어 특기에 집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별 전형 입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보유한 특수 재능과 직접 관련있는 학과에만 지원하도록 하고 정상적으로 졸업할 수 있는 최저 학력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대학도 학사 관리를 철저히 해 입학만 하면 졸업은 문제가 안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아울러 특수한 재능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도 정상적인 교과과정을 이수해 졸업할 수 있는 수준의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도록 입시제도와 학사 운영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만우(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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