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 회사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에 의하면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화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스웨덴이 세계에서 가장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도 5위 안에 들어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또한 휴대전화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하는 음료수값, 주차비, 세차비 등을 휴대전화로 지불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스웨덴에서는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표를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실험 중이다.
핀란드의 젊은이들은 기자가 주위 친구나 친척 중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치 사슴을 타고 다니는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한 기업의 조사에 의하면, 작년에 핀란드의 235만 가구 중 78%가 적어도 한 대의 휴대전화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유선전화를 설치하지 않고 오로지 휴대전화만을 이용하는 가구도 전체의 4분의 1이나 된다.
기술혁명의 중심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이 아니라 스칸디나비아가 이동통신 분야에서 이처럼 앞서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전문가들은 우선 지리적 특성을 꼽는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비교적 커다란 영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믿을 만한 통신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80년대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이라는 이동전화 기준을 공동으로 채택한 것도 휴대전화의 보급에 큰 기여를 했다. GSM은 현재 105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TDMA나 CDMA방식을 사용한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미국에서는 휴대전화로 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요금을 내는 반면, 유럽에서는 전화를 거는 사람이 요금을 내도록 되어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요금제도의 차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거의 항상 휴대전화를 꺼놓고 대신 호출기를 이용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문자 메시지가 성행하는 것도 미국과는 다른 점이다. 인구가 500만 명인 핀란드에서 핀란드인들이 매달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는 7500만 건에 이른다.
휴대전화가 이처럼 널리 보급된 덕분에 핀란드에서는 CD나 라디오 대신 특별히 휴대전화를 위해 만들어진 디지털 다운로드 형태로 신곡을 발표하는 록 밴드도 등장했다. 또 매주 수요일 아침에 10위까지의 히트송을 방송하던 헬싱키의 한 라디오 방송국은 이제 10위 안에 드는 휴대전화 벨소리용 노래들을 방송하고 있다. 지난주에 이 인기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곡은 영화 ‘배트맨’의 주제가였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00/07/circuits/articles/13nor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