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중앙종금 합병무산 주주피해없나

  • 입력 2000년 7월 20일 10시 57분


제주은행과 중앙종금이 합병 추진을 공식적으로 무효화함에 따라 향후 두 금융기관의 진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금융기관은 19일 금융감독원에 합병 무산을 통보한데 이어 20일중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합병후 정부의 후순위채 매입등 지원을 받아 살 길을 모색하려던 두 금융기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는 각자 살 길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종금은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발표할 실사 결과에서 BIS기준이 8%이하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이 없으면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지난달초 합병발표를 전후해 김석기 중앙종금 사장이 대주주인 코리아캐피탈이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이로인한 주주들의 피해 여부도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 깨졌나= 제주은행과 중앙종금이 지난달초 합병 계획을 발표했을 때 금융시장에서는 한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으나 곧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부실금융기관끼리 합해봐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또 대주주들이 합병후에도 감자(자본금 감소)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자 금융당국도 대주주의 철저한 자구노력이 없는 합병은 도움이 안된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무엇보다 두 금융기관의 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중앙종금의 생사 여부였다. 금감원은 신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의해 종금사들의 자산 부채를 실사,BIS기준이 8%에 못 미치는 종금사는 자구 계획을 제출받아 실현 가능성이 없으면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로 편입시킬 방침이다.

중앙종금의 경우 3월말 현재 자본잠식 규모가 1,264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실해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형편. 이에따라 중앙종금의 거취를 보고 합병을 논의하자며 당초 6월말까지 할 계획이었던 합병 계약을 9월말로 늦췄다가 아예 백지화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 금융기관이 합병하더라도 별 실익이 없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진데다 종금사 실사 결과 중앙종금의 진로가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나자 제주은행에서 합병 백지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금융기관 향후 진로는= 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던 중앙종금은 당장 자구노력 마련이 발등의 불로 등장했다. 중앙종금은 내주초 발표될 금감원의 종금사 실사 결과 BIS비율이 8%이하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대주주가 획기적인 자구 대책을 내놓지않으면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주은행도 3월말현재 자본잠식규모가 611억원이나 돼 오는9월까지 금감원에 자구계획을 내야할 형편이다. 제주은행의 진로는 다른 지방은행과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형 시중은행과 합병하거나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들어가는 방법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 피해는 없나= 중앙종금 주가는 제주은행과 합병 양해각서를 교환한 지난달 8일과 다음날인 9일 상한가를 기록하는등 크게 올랐다. 6월1일 1390원이던 중앙종금 주가는 6월9일 214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합병 무산이 발표된 20일에는 하한가인 845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종금 김석기사장이 대주주인 코리아캐피탈이 중앙종금과 제주은행간 합병 발표 직전에 중앙종금 주식을 150만주 가량 대량 매수,내부자거래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이에 대한 금감원 대응이 주목된다.

코리아 캐피탈은 지난 3월 24일부터 6월1일까지 중앙종금 주식 179만9,340주(2.43%)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에 따라 코리아캐피탈은 김석기 사장의 지분을 포함해 중앙종금 지분율을 7.14%에서 9.62%로 끌어올려 동국그룹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코리아캐피탈은 특히 합병 추진 발표 직전인 지난 5월 26일부터 6월1일까지 3일간 79만1,220주를 집중 매입했다.

이에따라 합병 발표후 코리아캐피탈이 보유 지분을 처분했을 경우 이를 통해 부당 이익을 취했는 여부를 조사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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