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민이 거부한 난(亂)개발

  • 입력 2000년 7월 21일 18시 50분


난개발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경기 용인시 죽전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이 택지로 개발되는 것을 거부한 것은 환경과 개발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주민들은 택지개발지역으로 지정된 땅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청원하고 청원한 지역 중 일부를 건설교통부가 보전녹지로 지정키로 한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우선 개발보다는 환경을 생각한 주민들의 선택이 신선하다.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지역주민은 땅값 폭등에 따른 매매이익 또는 보상금 챙기기에 바쁜 게 상례인데 그와 달리 환경보전을 택했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이다. 아무튼 그린벨트 해제요구 소리만 숱했던 일반 현상과는 달리 주민들 스스로 그린벨트 지정을 요구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주민의 택지지구 철회 활동이 지구 내 녹지지역인 대지산을 살리자는 환경단체의 활동과 함께 전개된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는 난개발 방지와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땅 한평 사기 운동’을 추진하며 회원과 주민을 대상으로 모금활동과 서명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자연 및 주거환경 보호 활동을 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죽전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정책 변경을 이끌어냈지만 그 선에서 물러설 기미는 아니다. 주민들은 일부지역이 그린벨트보다 더 강력한 개발규제 대상인 보전녹지로 지정되기는 했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전지구 전체의 택지개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주민들의 이같은 주장은 ‘일부지역만 녹지 보전지역으로 묶는 것은 결국 계속적 개발을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냐는 것이다.

주민들의 이런 주장은 난개발로 주민들의 생존권이 더 이상 위협받을 수 없다는 자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개발정책의 결과이다. 수도권에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가 대부분 준농림지역에 들어서는 것은 대표적인 일이다. 도시기반시설이 없더라도 땅만 확보하면 쉽게 건설할 수 있게 되는 데다 자치단체의 팽창욕심이 겹쳐 난개발이 가속화됐고 끝내는 주민의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죽전 주민의 청원에 따른 정부의 정책 변경은 앞으로 여러 지역의 개발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개발에 앞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환경과 환경용량 평가를 심도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환경 및 개발정책에서 오락가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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