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전망대]박영균/워크아웃기업 처리 '정책신뢰' 시험대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03분


요즘 일기예보가 잘 들어맞지 않아 애꿎은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기 예측 능력이 갑자기 뚝 떨어질 리는 없는데 예보가 틀리는 걸 보면 한반도 주변의 기상도가 달라진 게 아닌가 싶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 흐름을 바로 보려면 먼저 기존의 통념을 깨야 할 것 같다. 과거의 잣대로 재면 어긋나는 법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이 먹히지 않고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다 보니 정책에 대한 신뢰도만 바닥을 헤맨다. 예컨대 금융지주회사법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아 언제 지주회사가 만들어져 구조조정이 진행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채권형 펀드는 10조원을 모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됐으나 아직 오리무중이다. 기껏해야 3조원밖에 모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옛날처럼 감독 당국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비과세 펀드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법이 마련되지 않아 투자신탁회사에선 아직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효과가 클 것이라는 사모펀드도 인기가 없다.

이헌재재정경제부 장관이 ‘제2의 대우’와 같은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과연 시장에서 이 말을 얼마나 신뢰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시장이 이를 믿어 회사채나 어음이 잘 유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장은 현대 해법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주는 정부나 기업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도 같다. 워크아웃기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지난주 우방 채권단이 오너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으나 과연 실행될지, 다른 워크아웃기업은 어떻게 처리될지가 관심거리다.

우방 채권단운영위가 내주중 계획되어 있고 역시 골치 아픈 미주실업(서울은행 주관) 전체 채권단회의도 금요일께 있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박상희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건설도 대한통운과 7000억원 지급보증문제를 계속 협의한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의 움직임이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주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 매도에서 비롯된 충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를 시험하는 한 주가 될 듯하다. 동남아 통화 불안과 미국 주가의 하락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어서 불행 중 다행이다.

이밖에 27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6월중 국제수지 동향’발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역수지 흑자가 6월 들어 다시 늘어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지만 반기 기준으로는 120억달러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0억달러 이내가 될 것 같다.

<박영균기자>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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