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블랙먼데이이후 투자전략]"앞으로" - "좀더 기다려"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25분


“빠질만큼 빠졌다. 이제는 사야 할 때다.” “아니다. 아직도 쉽게 오를 것같지 않다.”

종합주가지수 740, 코스닥종합지수 120선이 무너진 24일.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대표적인 투자전략가인 두 자산운용사 사장이 맞붙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이원기 리젠트자산운용 사장.

종합주가지수 850선부터 ‘팔자’에 나섰다는 장사장은 실제로 이날부터 태도를 180도 바꿔 값싼 주식들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반면 이사장은 증권업계의 이목을 의식해 ‘신중론자’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비관론을 펼쳤다.

▽수급(需給)이냐, 펀더멘털이냐〓둘은 폭락장의 원인부터 견해가 달랐다.

장사장은 “증권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것이 폭락을 불렀다”는 쪽이다. 채권시장에선 투기등급채권이 처치곤란한 상태고, 주식시장 역시 작년 7∼8월 설정돼 아직까지 남아있는 주식형펀드들이 최근 주가하락으로 환매요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 주가하락기에 환매요구가 많아지는 것은 ‘더이상 손해보기 전에 찾자’는 심리로 풀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이사장은 수급 불균형보다는 경기 하강국면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 이사장은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원재료가격이 오르는 등 경제의 기초(펀더멘털)이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며 “우리경제의 주축인 반도체경기 낙관론이 퇴색,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매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지선은〓둘 다 종합주가지수 770선에 걸쳐있던 60일 이동평균선이 힘없이 무너진 데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 60일 이동평균선은 시장에서 ‘마지막 지지선’으로 여겼었다.

장사장은 그러나 “올해 한국시장의 금리수준이나 기업들의 실적을 감안하면 종합주가지수 750선도 과매도(over―sold)된 상태”라며 “꼬인 수급상황이 풀리면 8월하순, 9월초에는 지수가 850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

반면 이사장은 “코스닥 신산업의 활력도 무너져 증시를 이끌 견인차가 실종된 상태”라면서 연말까지 종합주가지수는 600∼800 사이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을 산다면〓장사장은 저가(低價)우량주와 삼성전기 LG전자 성미전자 등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부품주, 국민 주택 신한은행, 삼성 대신증권 등 금융주를 추천. 저가 우량주로는 대한항공 호텔신라 삼성테크윈 컴텍시스템 등을 들었다.

이사장은 “구체적인 종목을 열거할 수는 없다”며 코스닥 거품논쟁 및 조가조작 파문에 휩쓸려 기업내용과는 무관하게 동반하락, 고점에 비해 70∼80% 폭락한 하이테크 종목이 ‘그나마’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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