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바이어에게 선물하면 무척 좋아할 것 같아요. 이 곳 가게마다 빼곡이 전시된 고미술품이나 골동품들을 감상하다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져요”.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에 내려 동대문구 답십리 5동 530∼답십리 4동 951 800m 구간의 ’토종거리’를 거닐다 보면 까맣게 손때가 묻은 조선시대 목가구, 전통 제기용품, 작자 미상의 각종 고서화들을 쉽게 볼 수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전통미술품이나 공예품을 취급하는 전문상가가 하나둘씩 이주해오면서 조성된 이 거리는 현재 5개 건물에 총 150여개의 가게가 입주한 상태. 점포수나 보유 물품 규모에서 국내 굴지의 ’고미술품 전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가게마다 절구 뒤주 화로 등 전통 생활용품에서 석조물 목각품 도자기 고서화 등의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의 지혜와 멋을 엿볼 수 있는 30여만점의 물건들이 가득 전시돼 눈길을 끈다. 고서 전문점 ’정승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봉재씨(65)는 ”한국 고유의 예술성과 생활상이 그대로 배어 있는 물건들을 살펴본 외국인들이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거리인 종로구 인사동과는 달리 대부분의 업소가 영세성을 면치 못해 ’명맥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상가건물이 노후하고 간판이 무질서하게 붙은데다 주차장과 표지판 등 부대시설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의 잡지에서 정보를 얻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 며칠 전 한 미국인 관광객은 이 곳의 위치를 잘 몰라 인근 파출소에 길을 물어 겨우 찾아오기도 했다.
이 곳에서 8년째 고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대영 상가 서부지회장(57)은 ”국내 굴지의 전통 미술품 전시장이 상인들의 영세성과 관계 기관의 무관심으로 사장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 곳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통거리 지정과 각종 문화행사 개최 등 관계기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대문구청은 올 연말까지 이 일대를 ’고미술거리(Antique Street)’로 지정해 간판정비, 상설전시장 마련, 미술전시회 개최 등을 통해 2004년까지 ’제2의 인사동’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 거리가 어떻게 변모할지 관심거리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