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부터 시작된 예비선거를 통해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은 각각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출정식을 갖고 11월7일 투표일까지 불꽃 튀는 선거전을 벌이게 된다. 개혁당에서 극우 성향의 패트릭 뷰캐넌이, 녹색당에서 소비자 운동의 기수 랠프 네이더가 대선 주자로 나설 예정이지만 공화 민주 양당 대결 구도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시리즈로 주요 후보의 공약과 경쟁 판도, 그리고 전당대회 현장소식을 집중 소개한다.》
▼본선레이스 개막▼
이번 대선의 관심사는 8년 만에 정권 탈환을 노리는 공화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2기 집권에 이어 연속 집권을 노리는 민주당 중 어느 당이 승리할 것이냐로 집약된다.
양당은 그 동안 감세 의료 교육 사회보장 유가 등 주로 국내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 왔다. 그 결과 부시 주지사는 한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어 부통령을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등 줄곧 우위를 지켜왔으나 최근엔 고어 부통령의 추격에 가속도가 붙고 있어 지지도 차이가 상당히 좁혀진 상태다.
뉴욕타임스지는 21일 부시 주지사가 텍사스 등 18개 주의 선거인단 140명을 확보했으며 그에게 우호적인 플로리다 등 11개 주의 선거인단 138명까지 합치면 모두 27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선을 위해선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고어 부통령은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54명) 등 8개 주에서 134명을 확보했고, 여기에 비교 우위에 있는 코네티컷 등 4개 주의 선거인단 39명을 포함하면 173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선거까지는 아직 3개월여가 남은데다 부통령후보 지명과 TV토론 등 변수가 있어 현재의 판세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선거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치분석가인 스튜어트 로텐버그는 “노동절(9월4일) 이후가 돼야 확실한 우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선에서는 전통적으로 외교 안보 분야가 쟁점으로 잘 부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유일 슈퍼 파워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공화 민주 양당의 대외정책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국 대선 결과는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주지사는 “당선되면 북한의 침략에 맞서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지킬 것”이라며 “이는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를 우방들에까지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의 구축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대북포용정책을 추진해 온 고어 부통령은 “NMD에 관해선 클린턴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美국민 축제' 전당대회▼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전당대회 준비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공화당은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필라델피아 퍼스트 유니온 센터에서 전국의 대의원 2066명과 내외신기자 1만5000명, 자원봉사자 1만명 등 4만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당정치의 백미로 꼽히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주최측은 그동안 대회경비로 걷힌 성금이 4000만달러(약 440억원)가 넘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필라델피아시가 지난 몇 년간 4500실 규모의 호텔을 짓는 등 전당대회에 대비해 투입한 비용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다. 통신을 위해 설치된 광케이블만 해도전체 길이가 6600마일(약 1만560km)이나 된다.
공화당은 이번 대회를 최고의 정치축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기 위해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 존 매케인 전상원의원 등이 대거 연설에 나서고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 내외도 전당대회장을 지키며 ‘자랑스러운 아들’에 대한 가족들의 지지를 과시할 예정.
민주당은 다음달 14일부터 17일까지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전당대회를 갖는다. 참석 대의원은 4336명. 취재진 자원봉사자 등의 규모는 공화당과 비슷하다.
민주당은 대회 첫날 빌 클린턴 대통령을 등장시켜 초장부터 여론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또 공식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존 F 케네디 전대통령의 딸 캐럴라인도 찬조연설에 나설 예정. 공화당보다 늦게 전당대회를 여는 만큼 보다 화려하게 대회를 치를 계획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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