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면서 저명한 신학자인 멀로이총장은 전미교육위원회(ACE)와 전미대학집행위원회(AGBUC) 회장으로 미국의 교육계와 지도층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특히 낙태와 안락사 사형제도를 “생명의 초기, 말기 및 최종 단계에서 행해지는 폭력”이라고 단언했다.》
―낙태는 한국에서도 심각한 문제중의 하나죠. 매년 평균 200여만건의 낙태가 이뤄져 세계 제일의 낙태발생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만….
“낙태는 인간의 생명 그 자체를 빼앗는 것입니다. 이 시대 ‘최대의 폭력’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일부에서는 ‘인간인’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아직 ‘인간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태아의 권리보다 우선한다는 이유로 낙태허용을 주장하지만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낙태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낙태를 하는 여성들은 대개 가난하거나 건강이 안좋거나 아니면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는 이들을 보호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선택’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생명’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법과 제도는 낙태에 대해 관대하지요. 그러나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요.”
―낙태문제는 올 연말 미국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낙태문제와 관련해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보다 누가 부통령이 되는가가 더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는 낙태를 강하게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성표를 얻기 위해 러닝메이트(부통령)로 낙태문제에 비교적 온건한 인물을 지명하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은 정반대의 입장이고요.”
―안락사 문제도 세계적 쟁점입니다. 프랑스와 대만 등 상당수 국가가 안락사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고 또 미국에서도 ‘죽음의 박사’로 알려진 안락사 옹호자 잭 케보키언박사가 4월 한 재단으로부터 ‘인도주의 시민상’을 받지 않았습니까.
“낙태가 초기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면 안락사는 생명의 마지막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폭력이죠. 안락사는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 아닙니다. 의학의 발전에 따라 환자의 고통을 덜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호스피스 운동도 있고요. 말기 환자에게도 최선의 치료를 베풀어야 합니다. 케보키언은 매명(賣名)에 미친 사람(Publicity Hound)입니다. 언론이 그를 예로 들면서 안락사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사형제도는 어떤가요.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는 100개 국가가 넘습니다만 세계의 리더를 자부하는 미국에는 아직도 사형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사형은 불필요하며 비생산적입니다. 사형집행이 범죄를 예방하거나 억제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사형은 ‘복수심’을 충족시키는 것 외에 아무런 효용도 없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모든 국가가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창했는데 미국에서도 곧 사형제도가 폐지될 것으로 봅니다.”
―동성애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동등합니다. 동성연애자이건 이성연애자이건 똑같은 인간이고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성적 정체성(Sexual Identity)이 아니라 성적 표현과 행위(Sexual Acting)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모든 사람이 ‘순결한’ 삶을 살기를 요구하는데 동성연애자의 성적 표현과 행위는 순결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혼전에 무절제한 성적 접촉을 갖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성연애자들에게 ‘순결한 삶’을 요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최근의 유전자 공학과 정보통신 혁명이 생명의 존엄을 보장하는지, 아니면 그것을 위협한다고 보시는지요.
“현대 과학은 인간에게 축복과 재앙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인간은 과학의 발전에 따라 더 오래, 더 편히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질병과 가난, 자연재해 등 과거 천형(天刑)이라 여겨지던 것도 극복할 수 있게 됐고 또 인간 사이의 대화와 문화교류도 더 쉽고 넓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과학과 문명의 힘으로 더 쉽고 광범위하게 살상을 하고 탐욕에 빠지며 가족과 동료애 등 전통적인 가치들은 잃어가고 있습니다. 텔레비전과 영화 음악 인터넷 등이 소수에 장악돼 다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유전자 공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자신의 몸에 대해 더 많이 더 정확히 알게 되고 이것은 장기이식과 암예방 등에 기여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인간성 상실과 파괴라는 잠재적인 위험도 지니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이 야기할 수 있는 교만과 유혹을 경계해야 합니다.”
―노트르담대의 전임 총장인 헤스버그(Hesburg)신부는 80년대 초 현 김대중 대통령의 이른바 ‘내란음모사건’ 때 미국 정부 및 인권단체를 통해 김대통령의 구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헤스버그 신부는 미연방 인권위원장을 지내면서 특히 중남미와 중동 등 제3세계 및 약소국가의 인권상황에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 공로로 13일 미국 민간인으로서는 최고 영예인 미의회훈장을 받았습니다. 김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들은 바 있지만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멀로이총장의 인터뷰 내용 영어 원문은 동아닷컴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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