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재난관리청 위트장관 "과도한 개발 큰재해불러"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20분


“홍수 태풍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은 어차피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과도한 국토개발은 그에 따른 재해를 가중시키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제임스 리 위트 장관이 내한했다. 그는 25일 행정자치부와 연세대 방재안전센터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연설한 뒤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사후복구보다는 예방을, 강제보다는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FEMA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며칠 전 발생한 용인 난개발지역 수해와 같은 경우도 이미 미국이 경험했던 일이라고 위트 장관은 말했다.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해야 하는 녹지와 습지를 콘크리트로 덮다 보니 강물이 늘어나 홍수 피해가 늘고 산사태도 심해졌다는 것이다.

“자연을 파괴할수록 재해는 늘어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 생각을 하는 것이 최상의 예방책입니다.” 위트 장관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해일 피해 지역이 점점 늘어난다며 재난 극복도 전지구적 차원에서 긴 시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예방은 세가지 점에서 유익합니다. 첫째 인명을 잃지 않도록 한다는 점, 둘째 사후복구보다 적은 돈이 든다는 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FEMA는 ‘홍수지도(Flood Map)’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홍수 위험 지역을 예측하고 환경영향을 조사한 후 문제가 있는 지역의 건축개발을 제한하고 재해방지시설을 집중적으로 설치했다.

위트 장관은 이러한 정책들은 지역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200여곳에 이르는 ‘재해대비 지역공동체’는 모두 주민들의 참여에 힘입어 가능했다.

최초의 사례인 플로리다주 디어필드 마을은 애초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학교건물에 방재시설을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허리케인이 닥치자 마을 사람들이 이 학교를 대피처로 이용했고 재해예방의 효과를 실감한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마을 정비에 참여했다.

현재는 FEMA 에너지부 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경제인협회가 함께 ‘재해대비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기업가들도 궁극적으로는 안전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깨달아 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고, 위험을 무릅쓴 개발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그는 “FEMA는 절망을 다루기보다 희망을 만드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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