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추진 과정에서 이 건물을 짓기 위해 건축현장 인근 군부대까지 이전키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1237에 41∼55층 규모로 10개동 건설이 추진 중인 주상복합건물 부지는 당초 출판문화단지로 예정돼 있었으나 98년 요진산업이 이 부지를 매입한 뒤 주거용으로 용도변경을 신청, 고양시와 고양시의회를 거쳐 현재 경기도의 심의가 진행 중이다. 자치단체에서 올린 도시계획변경안은 광역자치단체가 그대로 통과시키는 관행에 비추어 이 사업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곧 착수될 전망이다.
▽군부대 이전〓적기(敵機)가 출현하면 대응사격을 해야 하는 인근의 방공포부대도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군부대 인근의 대형 개발사업은 군의 제동으로 좌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곳에선 군부대가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요진산업의 한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임무수행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인근의 방공포부대를 이전하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전비용은 우리가 부담키로 했으나 아직 군부대측이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로비의혹〓18일 열린 백석동 주민토론회에서 이 지역 출신 정범구 국회의원이 “요진측이 로비 시도를 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입소문으로 떠돌던 로비의혹을 국회의원이 공식 확인했기 때문. 정의원은 “ 4월 선거기간 중 건축에 반대한다고 밝히자 선거기간중과 당선 이후 각 한 차례씩 요진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 이를 거절했다”며 “구체적인 로비는 아니었지만 오해의 소지가 생길까봐 아예 만남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반발〓고양시민회 등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자족기능을 위한 부지에 또다시 대형 주거단지가 형성되면 생활환경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며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한 것은 특혜”라며 반발해왔다. 18일엔 백석동 주민토론회를 열고 성명서를 통해 “특정업체의 사업목적을 위해 일산의 도시계획이 바뀐다면 금세 난개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주민 찬반투표를 실시하자”고 고양시에 요구했다.
또 고양시민회 유왕선(劉旺宣·41) 공동대표는 지난달 특혜 의혹이 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최근 진정인 조사를 마쳐 조만간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개발 주체 주장〓시행사인 요진산업은 “법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 중이다. 로비나 특혜란 있을 수 없다. 10년째 방치된 부지에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자족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쾌적한 일산건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미 출판문화단지는 파주에 조성중이고 원래의 도시계획대로 유통업무 설비시설인 농수산물센터 화물터미널 등이 들어서면 시민단체 주장보다 더욱 심각한 생활환경 파괴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도를 변경했지만 이 부지를 전매 또는 전대하지 않기로 공증을 해둬 특혜가 아니란 점도 강조했다. 요진산업 관계자는 “사업예정지에 학교부지와 국제벤처비즈니스센터 등을 마련해 자족기능을 충분히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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