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원화강세추세가 지속되는 이유

  • 입력 2000년 7월 27일 15시 20분


엔화를 포함한 아시아권 통화가 모두 약세를 보이고 현대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강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

달러화는 지난 14일 1,110.20까지 하락한뒤 재경부가 원화추가절상을 막기위한 구두개입에 나서고 공기업 외채상환수요와 역외매수세가 크게 유입되면서 26일 한때 1,116.70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날 다시 1,113원으로 하락하고 있다.

비록 1,110원선이 붕괴되지는 않고 있으나 원화강세 추세가 유지되는 요인을 짚어본다.

▷아시아권 통화약세는 심리적인 영향에 불과

엔화가 109엔대로 상승하고 필리핀 환율이 30개월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45페소, 태국은 10개월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42바트로 상승하는 등 동아시아 통화가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IMF의 쓰라린 경험으로 관심을 두고 있을 뿐 동아시아 통화약세가 실제적으로 원화에 영향을 줄만한 연결고리가 없어진 상태다.

오히려 동아시아 국가 불안이 한국에 대해 반사적인 호재로 작용하면서 외국인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엔화가 109엔대로 상승하면서 수출가격경쟁력 약화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기도 하지만 115엔 이상으로 급상승하면서 엔약세기조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원/엔 환율이나 수출에 큰 문제는 없다.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 지속 유입

올들어 5월까지는 외국인이 여타 동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도 투자했으나 6월부터는 90%이상이 한국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외국인 주식순매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올들어 현재까지 110억달러나 유입된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역외매수세 지속유입

환율이 1,110원선에 다달을 때마다 역외매수세가 크게 유입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5월초 환율이 1,110원 밑으로 떨어지고 현대자금문제가 불거질 당시 매일 3∼4억달러씩 총 20∼30억달러가 집중되며 1,140원대로의 환율상승세를 이끌어냈고 지난주 후반부터 또다시 매수세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수급이 워낙 공급일변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원화절상 방지정도의 효과만을 내고 있을 뿐이다.

▷수급이 모든 재료에 우선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급이다. 경제펀더멘탈이 망가지거나 대기업의 부도 같은 예상외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한 지속되는 공급우위 수급으로 원화가 절상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급요인은 무역수지흑자, 주식 및 채권 등에 대한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직접투자자금(FDI) 등으로 구분될수 있다.

무역수지는 연간 100억달러 흑자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향후 60억달러 정도 추가 공급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도 아직까지는 유입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분매각자금, 해외DR발행 등 직접투자자금인데 당장 8조원(70억달러) 규모의 SK텔레콤 지분매각자금이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자산관리공사의 ABS(3.7억달러) 및 국제입찰대금(3억달러), 한미은행의 DR발행자금(5억달러), 한국통신의 민영화자금(75억달러) 등 상당규모의 물량이 유입될 예정이다.

▷당국의 개입여력 약화

직간접 투자자금이 엄청나게 유입됨에 따라 외평채발행을 통한 재경부의 개입은 환방어 효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재경부가 지난 10일 8천억원의 외평채를 추가발행하는 등 원화절상을 막아야하는 시점마다 구두개입과 함께 외평채 카드를 사용하고 있으나 외평채 3조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연말까지 신규발행할수 있는 여력은 2조2천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물가불안 및 방출된 통화흡수 문제로 한국은행의 자발적인 개입도 쉽지 않자 공기업의 외채조기상환 조치가 취해지면서 정책적 매수세가 확충되고 있으나, 향후 대기매물이 최소 200억달러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어지간한 불안감만으로 원화가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홍재문<동아닷컴 기자>j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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