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불안을 지속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다시 코스닥시장으로 건너가 코스닥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 시장 모두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이어서 아직도 보수적인 투자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삼성전자의 120일선 지지 여부가 관건
27일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만6,000원 하락한 31만1,500원을 기록, 120일 이동평균선이 걸려있는 32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전날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하락한데 영향받아 이날 삼성전자를 20만주이상 팔았다.
시가총액이 거래소 시장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떨어진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도 전날보다 16.16포인트 떨어진 727.68을 기록했다.
전날인 26일 증시가 미국 나스닥 시장의 반도체 종목 상승→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세 확대→ 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진 것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미국 증시의 국내 영향력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120일선을 지지선으로 반등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금융주와 함께 거래소 시장의 양대 축을 형성하며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해왔다. 따라서 120일 이동평균선의 턱에 걸려있는 삼성전자 주가가 더 빠질 경우 종합주가지수도 700선이 위협받을수 있다.
SK증권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지난 5월에 삼성전자 주가가 수직 하락,120일선이 깨진 직후 반등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으로 인식된다"며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멈출 경우 반등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윤형호 리서치팀장도 "반도체업종의 펀더멘탈이 괜찮다는 데 대해서는 외국계 증권사도 인정하고 있다"며 "상승기때 삼성전자의 상승폭이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비교해 적었으므로 기술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러난 악재는 호재(?)
현대그룹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지난 5월이후 600대에 머물던 종합주가지수를 800대까지 끌어올리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은행·증권등 금융주가 휘청거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년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과 대출을 모두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에따라 현대건설은 일단 한숨을 돌리며 28일 증시에서 비록 5원(0.17%)이지만 전날보다 올라 2,92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주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증시 전체적으로는 현대문제가 노출되면서 분위기가 오히려 차분해지는 모습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의 전용배 부장은 "현대건설을 비롯한 현대그룹 문제가 모두 노출돼 이제 증시는 이에대한 정부나 금융권의 대책을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정부가 현대문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외국인투자자들도 삼성전자는 팔고 있지만 한국전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매수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도 순매도 규모가 1,000억원에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27일 증시에서 926억원규모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외국인들이 점차 한국 금융시장의 미래에 대해 불안한 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누리증권 안동규 이사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펀드멘탈은 탄탄한데 2/4분기에 왜 주가가 빠졌나 하는 점을 분석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에서 해답을 찾아 매도 규모를 늘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코스닥은 반사 이익
27일 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는 16포인트나 빠졌으나 코스닥지수는 0.35포인트 올라 118.58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도 수급이나 시장 여건은 거래소처럼 좋지 않다.
그럼에도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데 대해 삼성증권 손범규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의 경우 뚜렷한 매도 주체가 없이 개인들이 장을 이끌고 있어 유통물량이 적고 재무구조가 좋은 개별주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거래소가 심각한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이동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코스닥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제한적으로 수급 상황이 좋거나 반기 실적이 괜찮은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일부 종목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고 있는 것도 사실.
삼성증권 손 연구원은 "투기적인 투자를 원치않는 투자자라면 코스닥에서는 재료보다 철저히 실적에 근거한 우량종목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저점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반도체와 금융주는 현 장세의 두 축
거래소시장의 경우 당분간은 어려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종합주가지수도 700∼750의 박스권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공격적인 투자는 금물이고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가 어느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SK증권 박팀장은 "보수적인 투자 패턴을 유지하되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매 패턴, 은행·증권주의 향방등을 면밀히 주시하다가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할 정책이 제시되고 거래량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매수 관점으로 돌아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윤팀장은 "삼성전자는 실적이 받쳐주는 핵심주인 만큼 하락폭이 더 커질 경우 장기관점에서 매수를 고려해볼 만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개별주에 종목 대응을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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