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민은 경기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공을 허공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신세계 쿨캣이 새천년 여자농구 여름리그 여왕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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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27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한빛은행배 2000 여자농구 여름리그 현대건설 하이페리온과의 결승2차전에서 81―70으로 승리를 거두고 2연승으로 챔피언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신세계 부흥의 주인공은 단연 정선민. 정선민은 이날 26득점에 11리바운드를 올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5월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왼쪽 무릎부상을 당한 뒤 1년여 동안 수술과 재활의 시간을 보낸 정선민. 정선민의 서초동 숙소 방에는 수술로 떼어낸 정선민의 무릎연골이 담긴 유리병이 하나 있다.
후배들은 “왜 소름끼치게 흉측한 것을 머리맡에 놓고 지내냐”고 하지만 정선민은 단호하다.
“유리병 속의 그것을 볼 때마다 그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해서라도 더 잘해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고 말한다. 이번 대회 중 오버워크로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에서 구토를 하기까지 했으나 코트에선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정선민은 기자단이 선정한 MVP에 만장일치(20표)로 뽑히는 영광도 차지했다.
정선민은 경기후 “너무 행복하다. 이를 악물고 달려온 보람이 있다”며 “아플 때 지켜봐 준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99 겨울리그에서 창단 8개월만에 정상에 오르며 신흥강호로 떠올랐으나 팀의 기둥 정선민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자 올 겨울리그에서는 5개팀 중 4위까지 추락했었다.
이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현대는 필사적으로 공세를 벌였다. 2쿼터까지는 오히려 현대가 43―42로 한점 앞선 상태.
그러나 신세계는 3쿼터 43초를 남기고 양정옥의 3점슛과 9초를 남기고 터진 장줴의 가운데 3점포로 58―52로 역전에 성공하며 점수를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4쿼터에 들어가서도 신세계는 이언주의 중거리슛과 정선민의 자유투로 연속 득점, 2분여만에 점수를 64―54로 처음으로 두자릿수로 벌리며 승리를 굳혔다.
신세계는 종료 5분여를 앞두고 장줴와 이언주가 연속으로 5반칙 퇴장당해 위기를 맞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현대에서 신세계 창단 때 유니폼을 바꿔입은 장선형은 이 고비에서 턴어라운드슛과 골밑슛을 거푸 성공시켜 친정팀을 울렸다. 장선형은 19득점에 11리바운드로 팀의 ‘기둥’에 뒤지지 않는 활약을 보였다.
<전창·김종석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