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벤처 두번 울린 냄비투자

  • 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59분


지난해말에서 올해초 사이 우리 사회에는 ‘닷컴 열풍’이 몰아쳤다. 회사 실적에 관계없이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액면가의 수백배까지 급등한 회사가 적지 않았다. ‘묻지마 투자’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인터넷 붐을 타고 갑자기 돈방석에 오른 벤처기업인이 화려하게 각광을 받았다.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회사원들은 심한 문화적 충격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안된 지금 인터넷 벤처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신세로 전락했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조차 끌어들일 수 없어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닷컴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증시에서 외면을 당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 두 가지 ‘풍경’은 너무나 대조적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현상에 대한 냉정하고 진지한 분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분위기에 휩쓸려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닷컴 열기가 뜨거울 때에도 옥석을 가리지 않는 투자 행태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정보기술(IT)산업과 관련, 수익모델에 따른 차별화의 중요성과 IT와 제조업의 결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사회를 뒤덮은 ‘닷컴 과열’로 이런 경고에 주목하는 사람은 적었다.

반대로 벤처열기가 싸늘하게 식은 요즘은 “IT는 이미 존재 의의를 잃었다”는 식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인식 역시 너무 단편적이다. 닷컴기업의 옥석이 가려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IT혁명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닷컴 벤처기업을 둘러싼 과열과 급랭의 극단적인 변화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와 경제에 남아 있는 ‘천민적 요소’를 떠올린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사회경제적 현상에 대한 좀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대응이 아쉽다.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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