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625선까지 각오해야 하나"…속수무책 증시 비관론 확산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33분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시장은 속수무책이었다.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여기던 700선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외국인이 시장의 유일한 매수세력인 상황에서 이들의 매도표적이 ‘삼성전자’라는 한국의 대표기업이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증시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전저점인 625선까지는 ‘각오해야 할 것 같다’는 비관론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주가폭락의 경로〓28일 주식시장은 미국 나스닥시장의 급락→외국인의 매도 촉발→지수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폭락→투자심리 위축의 경로를 거쳐 7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들은 이날 276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해 근래 들어 보기 드문 매도공세를 펼쳤다. 매도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한 미국 나스닥시장은 폭락의 주범이 반도체 정보통신주와 아마존 월드콤 등 닷컴류의 기술주이며 이들의 향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CSFB증권 창구를 통해 34만주, 쟈딘플레밍 10만주, 골드만삭스 10만주, 워버그딜론리드 8만주, 크레디리요네증권 8만주 등 무차별 매도공세를 감행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8%이상 폭락하면서 지수하락 폭을 크게 했다.

▽반등은 외국인에게 물어봐야〓외국인이 ‘팔자’주문을 계속 내는 한 주가하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 주식매수자금이 바닥난 기관들은 시장 버팀목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다.

대우증권 이종우투자전략팀장은 “금융시장 불안이 촉발한 5월의 폭락은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의지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지만 미국 나스닥시장의 불안 및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폭락장의 원인이 된 이번 상황은 정부도 손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지선 붕괴 이후 또다시 투매양상이 벌어질 경우 전저점인 625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외국인 매도공세가 멈추기 위해선 현재의 반도체 경기정점 논쟁이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고 현대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템플턴투신운용 강신우상무는 “삼성전자주를 팔고 있는 세력들은 단기투자성향이 강한 헤지펀드이며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연기금펀드들은 여전히 삼성전자를 선호하고 있다”며 다음주 초 단기바닥을 찍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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