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기술적 반등

  • 입력 2000년 7월 31일 17시 44분


종합주가지수가 3일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7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아직 상승세로의 추세 전환은 불확실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 이날 상승세를 이끈 프로그램 매수는 '화약고 옆에서 담배를 피는 것'처럼 언제든 급락세로 반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2∼3일정도 반등세가 지속될 수 있으나 증시 자체의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세 지속은 어려우므로 인내심을 갖고 시장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은 기술적 반등

31일 증시는 오랜만에 기술적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대비 13.32포인트 오른 705.97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주말보다 1.35포인트 오른 115.80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세를 끌어올린 견인차는 프로그램 매수였다. 프로그램 매도가 287억원인 반면 프로그램 매수는 1,732억원으로 1,445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이에따라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던 지수관련 대형주들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지수가 큰 폭의 반등을 나타냈다.

프로그램 매수는 선물시장에서 개인들이 투기적 성격의 매수 규모를 늘리면서 선물지수를 끌어올려 선물지수 현재가가 이론가(현물가격)보다 높아지자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면서 나타났다.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도 매수세에 가담해 선물지수를 끌어올리는데 한 몫 했다.

문제는 이같은 프로그램 매수 공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냐 여부.

지난 주말까지 프로그램매수차익거래 잔고는 1조800억원이 쌓여 비공식적인 거래규모를 합하면 1조2,000억원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31일의 매수차익거래 규모도 비공식거래를 합해 2,000억원정도 되므로 총 1조4,000억원규모의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쌓여있다.

그런데 프로그램 거래에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1조6,000억원정도로 추산되므로 남은 자금은 2,000억원정도. 하루나 이틀이면 소진할 수 있는 규모이다.

대우증권 심상범 애널리스트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물량은 선물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언제든 매도물량으로 돌아설 수 있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관건은 선물시장 참여자들의 장세 판단과 현물시장의 체력 보강"이라고 밝혔다. 선물시장에서 큰 손 노릇을 한 개인투자자들은 이제까지 주가지수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인식아래 선물을 사들였는데 장세 전망이 바뀌어 매도로 전환하면 선물가격의 하락폭이 현물가격보다 커지면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이나 개인들이 매수규모를 확대해 지수가 상승하더라도 1조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상승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이날 프로그램 매수세 힘입은 반등은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한국투신 신긍호 펀드매니저는 "프로그램 매수가 현재는 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승장세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있다"며 반등 추세로의 전환 여부는 2∼3일정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문제와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도는 여전히 악재

주가지수는 반등세를 보였지만 증시의 악재 요인은 별로 나아진게 없는 것이 현실. 현대건설은 지난29일 만기가 돌아온 1,466억원의 물품 및 용역대금을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결제하면서 일단 유동성 위기는 넘겼다. 현대건설은 8∼9월중에는 만기 돌아오는 채무가 거의 없어 일단 한숨 돌린 상태. 그러나 현대건설은 11월이후에는 다시 대규모 만기채무가 돌아오는데 현대의 대외신뢰도가 '투기등급'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가시적인 경영구조 개편이 없는 한 금융기관들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도 규모는 축소됐으나 여전한 상태.외국인은 31일 348억원규모를 순매도했다. 특히 지수 흐름을 좌우할 삼성전자등 반도체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거래 패턴이 최근에는 철저히 전날 미국 증시의 동향에 좌우되고 있어 1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주가흐름도 31일 미국 시장에 좌우될 전망이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기술적으론 5일 이동평균선이 걸려있는 730대는 넘어야 안심이 되는데 아직 크게 못 미치고 거래량도 2억1700만주에 머무는등 취약해 약세기조를 벗어나려면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매수를 유보하는 보수적 전략 필요

추가 급락의 우려가 31일 반등으로 어느정도 희색됐다고 해도 장세 흐름이 개선된 것은 별로 없다는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특히 기술적 반등을 이끈 프로그램 매수세는 곧바로 프로그램 매도로 돌아설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최근 주가의 바닥을 650에서 620선까지 낮추고 있다.

현대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기술적 반등 국면에서는 적극적인 참여보다 기존에 보유중인 주식을 팔아야 할지, 계속 보유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K증권 강현철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700선 밑에서는 매도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없어 단기적으로 반등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매수에 가담하는 것은 8월중순이후 추세를 확인한 이후에야 고려할 문제라고 밝혔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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