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출범해 4시즌째로 접어드는 프로농구에서 지난 시즌까지 연봉조정을 신청한 선수는 총 16명. 올해는 유난히 연봉조정 신청자가 속출했음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구단별 샐러리캡(연봉상한선)은 9억5천만원에서 10억원으로 5천만원 밖에 인상되지 않은 반면 스타급 선수들의 연봉 인상 요인이 해마다 누적돼 당연히 빚어질 수 밖에 없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갑자기 연봉계약 제도를 바꿀 수도 없는 것이어서 각 구단과 선수들은 양쪽 모두 애를 태우고 있다. 샐러리캡을 맞추려다 보니 구단은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고 팀 공헌도와 연봉고과를 근거로 인상을 요구하는 선수들의 요구도 정당해 보인다.
지난해 준우승팀인 현대는 3년 연속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 놓은 '토종 트로이카'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이 모두 연봉조정신청에 들어가 구단의 동결방침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민은 입단 후 현대를 정상급 구단으로 자리매김한 공로에다 팀의 간판임을 내세워 3억원 가까운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슈터들중 발군의 활약을 보인 조성원은 1억2천5백만원으로 저평가된 연봉을 올해는 2억원 이상으로 보상받겠다는 입장이고 추승균 역시 1억9천만원을 요구하지만 구단은 오히려 2백만원 삭감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의 요구는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현대측은 10억원으로 제한돼 있는 연봉상한선(샐러리캡)을 고려할 때 이 세 선수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7억원 가까운 연봉이 일단 빠져나가게 돼 남는 3억원으로 나머지 선수 10명의 연봉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골드뱅크도 3억원을 달라는 현주엽과의 액수 차이가 8천만원이나 되는 것으로알려져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현주엽은 서장훈에 이어 공헌도 2위를 차지한 것과 지난 시즌 트리플 더블을 세차례나 기록한 것을 근거로 전체 2위 연봉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기는 연봉조정신청자들에 대해 동결 내지는 소폭 삭감을 원하고 있으나 우지원은 다른 팀 간판급만큼은 받아야 하겠다는 주장이고 조동현의 경우 형인 조상현(SK.1억4천만원)의 인상률에 어느 정도 비례한 연봉을 요구했다.
기아는 인상안을 들고 나왔지만 스타급인 강동희와 김영만이 역시 2억원대에 육박하는 연봉을 원하고 있어 역시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보의 경우에는 공헌도를 고려해 대우를 해주려는 신기성과 구단에 연봉 백지위임을 한 허재와의 협상이 길어질 것 같지는 않을 전망이다.
과거 3시즌의 사례를 보면 연봉조정신청자 16명 중 자신의 요구액대로 재계약한선수는 김현국이 유일해 이번에도 선수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선수들의 주장이 근거없는 것도 아니어서 연봉 계약제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각 구단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승우/연합뉴스기자 leslie@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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