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은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동굴생물을 통해 생물의 진화과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고 동굴 생성물들을 통해 과거의 기후도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동굴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시설물들이 동굴생물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관광객이 운반하는 음식물과 먼지 등은 동굴생물뿐만 아니라 동굴 생성물의 형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동굴안 조명의 영향으로 동굴에는 이끼 등 전혀 서식할 수 없는 식물들이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아름다운 동굴의 자연경관을 훼손한다. 관광객들로 인한 열과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동굴 생성물의 성장속도를 떨어뜨리고 동굴의 노화를 재촉한다.
하지만 동굴을 개발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 입장료 등 수입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시민들로 하여금 자연의 신비로움과 소중함을 느끼고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보호할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 동굴을 개발하는 외국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동굴을 개발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갖춰야 할 철학이 있다. 먼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유산에 대해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 이 자연동굴을 후손에게 완벽하게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감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동굴을 개발할 경우에라도 개발기관은 동굴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 등 감독기관은 동굴전문가를 고용하고, 이들로 하여금 동굴을 관리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 동굴을 찾는 사람들에게 동굴의 소중함을 알려줘야 한다.
이런 철학적 토대 위에서 동굴을 개발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도 있다.
동굴은 일반적으로 고, 중, 저에너지의 동굴로 나눈다. 고에너지 동굴이란 동굴 내에 물이 많아 입장객이 많더라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동굴이고, 중에너지 동굴은 동굴 내에 물이 많지 않아 입장객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동굴이다. 반면에 저에너지 동굴은 동굴 내에 물이 거의 없는 노화한 동굴이다.
저에너지 동굴이 개방되면 동굴 내부는 입장객의 영향으로 건조해져 동굴 생성물은 퇴색하고 표면이 갈라지며 성장을 멈춘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동굴이 중, 저에너지 동굴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무분별하게 개발하면 동굴이 완전히 파괴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우리나라 동굴들 가운데는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게 상당히 많기 때문에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동굴을 개발할 때에는 학술적 가치와 개발 이후의 훼손 가능성 및 수익성 등을 철저히 검토해 신중하게 개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우경식(강원대교수·동굴지질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