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광우(두산)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힘을 낸다. 완투도 거뜬하다. 그는 2일 SK전에서 완투승으로 시즌 8승(2패)째를 따냈다. 그것도 8회까지 무실점으로 완봉을 노렸지만, 9회초 홈런 한 방을 얻어맞는 바람에 아깝게 완봉을 놓쳤던 경기.
여하튼 이광우는 이날 승리로 시즌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6월15일 롯데전에서 진 뒤로는 패전이 없으니 ‘여름에 잘 나간다’는 말을 들을 만도 하다. 그러나 올 봄 이광우가 치른 ‘마음 고생’을 생각하면 요즘 이광우가 거둔 성적은 그 ‘보상’이라고 해도 좋다. 그는 올 시즌을 시작한 지 12경기째, 선발 7경기째 등판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잘 던지고도 중간 계투진이 점수를 지켜주지 못하거나 팀 타선이 도와주지 않아 번번이 승리를 놓쳤던 것. 화가 났을까. 5월28일 해태전에서 완봉으로 스스로 승리를 만들어냈고, 그 후엔 ‘일사천리’로 내달았다.
이런 이광우의 올해 성적은 뒤늦게 빛을 봤다는 점에서 그의 야구 인생과 비슷하다. 사실 89년 해태로 데뷔해 92년부터 OB로 옮긴 이광우의 프로 경력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한 해 1, 2승에서 7, 8승을 오가던 들쭉날쭉한 보통 투수.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만큼은 남달라서 98년엔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손가락 사이를 찢는 ‘깜짝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 열성의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이광우는 지난해 개인 최다승인 9승을 올렸고, 요즘 같은 페이스라면 올해는 대망의 10승 고지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목나무에 꽃이 핀 격’이다. 프로 입문 10년이 넘어 비로소 전성기를 맞은 노장의 투혼이 아름답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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