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가뭄’에 시달리는 연극계의 타개책일까. 공연 당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오른다.
‘카덴자’는 연주자나 독창자가 악장 마지막에서 즉흥적으로 자신의 테크닉을 펼치는 것을 말하는 음악용어로 91년이후 9년만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이 작품은 끔직한 갖가지 고문과 여성 연기자의 소름끼지는 비명등 ‘잔혹극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지나온 세월만큼 적지 않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78년 초연 당시는 박정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연출을 맡았던 정진수전연극협회이사장 등 제작진이 정보 기관에 불려다니느라 더 바빴었다.
7년이 지난 85년 5공시절은 어땠을까. 전단까지 심의를 받던 당시 외부의 주문사항은 “절대 ‘고문’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극단 ‘쎄실’의 채윤일대표.
“고문이란 말을 쓰지 못해 탄생한 것이 잔혹극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그게 말이죠. 뜻하지 않게 평론가들이 외국 이론을 끌 어대면서 좋은 평을 쏟아놓는 바람에 대답하려고 공부 많이 했습니다. 허허∼”
‘카덴자’는 유난히 큰 비명 사이로 현실의 목소리를 담으려던 작품이다. 조선시대 세조의 집권 과정을 중심으로 현실의 무대를 수시로 교차시키면서 예나 지금이나 닮은 꼴인 부도덕한 정권의 치부를 꼬집는다.
‘오월의 신부’ ‘황구도’의 이인희가 세조를, ‘산씻김’의 이미정이 모질게 고문당하는 여자관객역을 맡았다. 8일부터 10월8일까지 평일 4시반 7시반 주말 3시 6시. 1만2000∼2만원. 02―334―5915
‘블루 사이공’은 창작뮤지컬로 96년 초연이후 4년만에 공연되는 작품.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미스 사이공’이 남녀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작품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김상사를 중심으로 현대사의 한 자락을 끌어내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2대에 걸쳐 이어지는 전쟁의 상처와 화해 등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주제가 예사롭지 않다. 초연 당시 연출자이자 이번 작품에서 작곡과 편곡을 맡은 권호성의 부친이 고엽제 피해자라는 점에서 개인사가 스며 있는 작품이다. 손병호 강효성 등 초연 당시 주인공이 그대로 출연한다.
제작진은 “베트남전과의 시간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그 상처의 후유증과 사회적인 관심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1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동숭동 동숭홀. 평일 7시반 주말 4시 7시. 02―7665―21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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