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엑스포 과학공원의 어제와 오늘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32분


개장 초기에 어린이와 중고교생은 물론 학부모에게까지 높은 인기를 누렸던 대전 유성구 도룡동의 엑스포과학공원. 93년 8월 개막돼 93일 동안 열린 대전엑스포는 행사기간 중 국내외인 1300만명이 관람하는 경이적 기록을 세웠다.

따라서 엑스포과학공원은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7일로 엑스포 개막 7주년, 재개장 6주년을 맞는 엑스포과학공원은 ‘연극이 끝난 뒤의 관중석’처럼 썰렁한 모습이다.

몇조원을 쏟아부은 대기업의 전시관은 상당수 철수되거나 녹슨 채 방치돼 있고 ‘엑스포의 꽃’이었던 도우미도 이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모습▼

3일 오후 엑스포과학공원 서문에 들어서자 하늘을 찌를듯한 웅장한 출입문은 엑스포 행사 때의 모습 그대로였으나 눈에 띄는 관람객은 50명을 넘지 못했다.

엑스포 행사 당시 3, 4시간을 기다려야 간신히 관람할 수 있었던 입체영화관, 인간과 과학관은 폐쇄돼 있었다. 세계 최대의 아이맥스 스크린을 자랑했던 지구관은 계속 상영되고 있으나 ‘돔영화’의 진수를 만끽하게 했던 이매지네이션관 역시 문을 닫은 상태.

세계적인 비디오작가 백남준아트쇼가 열렸던 재생조형관도 계단 입구의 타일이 벗겨진 채 퇴색돼 있는 것이 문을 닫은 지 오래됐음을 보여준다.

나무벤치는 곳곳에 못이 삐죽 나와 있고 공원 앞 갑천을 유유히 운행했던 태양전지거북선 안내판도 녹슨 채 글씨조차 보이지 않는다.

경기 수원에서 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온 임명환(林明煥·47)씨는 “엑스포 때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영상관인 우주탐험관은 이날 방학과 휴가철 덕분에 1000명의 관람객을 유치했으나 전시관 도우미는 “영상이 7년 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포 당시의 흥분과 첨단과학의 모습은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문제점▼

공원이 이처럼 방치되고 있는데 대해 관계자들은 원인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 중의 하나가 별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국민 과학교육의 장’을 표방하며 94년 8월 재개장한 이후 자산관리 주체와 운영업체간의 갈등으로 인한 자율성 침해, 재투자 부진 등이 더 큰 원인이다.

대전엑스포는 애초 정부조직인 엑스포조직위원회가 총괄하면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른 뒤 1년만인 94년 7월 민간업체인 ㈜대교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그러나 공익성을 내세운 기념재단과 수익성을 내세운 운영업체간의 마찰이 계속되고 적자행진이 이어지면서 대교측은 3년만에 손을 뗐다.

최대 800여명까지 육박했던 공원운영 인력이 빠져나가자 재단 과장급 간부가 매표소에서 표를 파는 일까지 벌어졌다.

99년 1월 공원에 대한 모든 권한은 산업자원부에서 대전시로 이양됐다.

공원내 전시관 등 모든 시설을 포함한 자산 1조3163억원과 900억원의 현금예금을 고스란히 넘겨받은 대전시는 지난해 7월 ‘지방공사 대전엑스포 과학공원’을 발족, 본격적인 지방자치단체 운영의 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특별한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관람객 유치에도 실패, 올들어 7월 말 현재 관람객은 41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 줄어드는 등 만성적자의 틀을 깨지 못했다.

▼대책▼

지난달 15일자로 새로 임명된 권오흡(權五洽·59)사장은 에버랜드와 드림랜드 등 국내 유명공원을 운영한 경험과 롯데월드 레저부문 이사를 지낸 전문가. 그는 “공원은 상품이며 상품은 소비자에게 만족을 줘야 한다.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초기에 1억달러를 투자해 임기 3년 이내에 200만명의 관객을 유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국민과학교육의 장이라는 엑스포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사장의 계획은 공원내 녹지공간 확대, 일부 시설 교체, 직원들의 서비스마인드 제고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지방공사’라는 한계가 문제다.

대전시측은 “지난해 7월 지방공기업법이 바뀌면서 지방공사에 예산의 편성 집행권이 상당히 이관돼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예산을 사용하려면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이사 가운데 2명이 시청간부라는 점 때문에 자율성이 보장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대전엑스포과학공원 하루평균 입장객 변화추이

년도하루평균 입장객특이사항
93140,800대전엑스포행사 개최(8∼11월)
9414,357기념재단설립 및 재개장(8월),㈜대교운영
958,715㈜대교운영,구조조정
965,141㈜대교운영,구조조정
974,323㈜대교 계약해지(9월)
983,190민간매각 무산,기념재단법 폐지
993,751지방공사 설립 발족
20002,3322대 권오흡사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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