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월 입법예고를 통해 전면 자유화 방침을 내비쳤기 때문에 당장 여기에 맞춰 유학준비를 해온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방침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외국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탈선을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제수지 악화에 따른 외환사정도 내세우고 있다. 겉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계층 간 위화감도 고려한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구실들은 한마디로 군색하다. 아울러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조기유학 금지조치는 무엇보다 불필요한 국민 생활 ‘규제’라는 차원에서 논란을 빚어왔다. 규제개혁위원회를 포함해 각계에서 조기유학 금지조치에 이의를 제기한 것도 ‘지나친 규제’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었다.
방향이 옳건 틀리건 간에 일단 학부모가 자녀를 조기유학시키기로 마음먹었을 때 최소한 합법적인 ‘길’은 열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그 ‘길’을 가로막고 있는 꼴이다.
교육의 국경 구분은 무너진 지 오래이기 때문에 이 같은 규제는 설득력이 없다. 특히 교육당국이 내세운 이유 가운데 조기유학이 안고 있는 부작용은 엄밀히 말해 부모가 먼저 걱정할 문제다. 사실 외국 현지에서 들려오는 이런저런 부작용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의 조기유학을 신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가 조기유학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나설 필요가 없다.
조기유학 규제조치가 실제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도 회의를 갖게 된다. 조기유학 붐은 벌써 몇 해 전부터 계속되어온 일종의 사회현상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 수는 ‘금지’조치가 유효한 지금도 해마다 1만명을 웃돌고 있다. 상당수가 편법을 동원해 유학을 떠나고 있다. 유학을 갈 수 있는 사람은 다 나가는 것이 조기유학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조기유학의 빗장을 걸어놓고 있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엉뚱한 부작용만 낳을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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