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국 최대의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시 봉황면 한 과수원.
한 농민이 ‘삑 삑’ 소리가 나는 음파발생기를 작동해 보지만 ‘불청객’ 까치는 움찔하며 주위를 잠시 살핀 뒤 다시 배를 쪼아 먹을 뿐이었다.
수년째 ‘까치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배 재배농 배상호씨(51)는 “그동안 반사경도 써보고 까치 천적이라는 부엉이 모형도 설치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수확기인 9월 말까지 어떻게 과수원을 지켜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나주지역 과수원에 까치가 몰려든 것은 배가 익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다른 조류에 비해 영리해 각종 퇴치장비에 금새 적응하는데다 후각이 특히 발달해 당도가 뛰어난 배만 골라 쪼아먹는 바람에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일부 농가에서는 다른 배 품종보다 크고 맛이 좋아 미국과 캐나다 등지로 수출되는 ‘황금배’가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
왕곡면에서 1만3000여평에 배를 재배하고 있는 김문선씨(44)는 “이달 말 캐나다 수출용 황금배 15t(3000만원)을 납품해야 되는데 이미 2t정도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현재 까치 피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과수원 전체에 그물망을 덮어 씌우는 것이다.
그러나 3000평당 설치비용이 800여만원으로 비싸기 때문에 그물망을 설치한 농가는 전체 3500여가구 중 100여가구에 불과하다.
나주배원예협동조합 관계자는 “지역 농가들이 매년 30억∼40억원의 까치피해를 보고 있지만 별다른 퇴치 방법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며 “까치를 유해조류로 분류해 농가에서 총기로 포획할 수 있도 해줄 것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