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들 주장도 두루 들어야

  • 입력 2000년 8월 7일 18시 59분


최근 정부가 듣기 싫은 말은 아예 봉쇄하려는 듯한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 예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7월12일과 지난 1일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을 통해 황장엽(黃長燁)전 북한 노동당비서와의 면담을 신청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한다.

또 탈북자동지회가 발간하는 ‘민족통일’ 6월호의 경우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의 황씨의 기고문 본문이 모두 삭제되고 제목만 나갔다고 하여 그 과정을 놓고 말이 많다. 황씨는 이 글에서 진정한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을 정확히 알아야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사피오(SAPIO)는 최근호(8월9일자)에 ‘탈북자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활동을 제한당한 채 미디어와의 접촉도 봉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측은 이에 대해 김전대통령이 황씨를 못 만난 것은 “지금 정세에서 김전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황씨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 국정원이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황씨의 자필 해명서 사본까지 언론사에 배포했다. 국정원측은 신변보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대외활동을 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들의 진위여부는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황씨의 경우만 해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김전대통령측은 황씨와의 면담을 7월12일과 지난 1일 두 차례 신청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황씨 본인은 “그 같은 면담 요청 사실을 3일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는 국정원측이 황씨의 언로(言路)를 봉쇄하고 있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탈북자든, 누구든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말은 못하게 언로를 제한한다면 그것은 과거 권위주의시대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관계에 비판적인 의견이나 주장을 펴면 ‘반통일’‘반민족적’이라고 매도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생겨나고 있다고 우려하는 지식인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그 같은 분위기는 현 정부와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본란이 거듭 밝혔듯이 어떤 정책이든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그 의견들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북정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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