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유급직원 금지규정은 돈 덜 쓰는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자며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조항이었다. 당초 지구당제도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다 당장 실현이 어려우므로 우선 지구당 유급직원부터 없애기로 했던 것이다.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한 첫 단추였던 셈인데 이것을 시행도 안해보고 고치겠다는 것은 개혁을 포기한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 공 사기업이나 정부에는 개혁하라고 외치면서도 정치인 자신들은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반개혁적 법개정까지 한다니 참 염치없는 일이다.
여야는 새 정당법의 시행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지구당 간부를 국회보좌관이나 후원회 직원 등으로 채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법의 재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애초 정당법을 고칠 때도 그런 문제는 예견됐었다. 문제는 법개정 당시는 총선을 앞둔 데다 국민의 정치개혁 요구도 높은 때였다는 점일 것이다. 즉 정치개혁을 하는 시늉을 내 총선에서 표를 얻자는 데 여야가 묵시적으로 합의했다가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다시 정치권 입맛에 맞게 법을 고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더욱 큰 문제는 여야가 추경예산 등 민생현안이 산적한 국회는 팽개쳐두고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는 ‘초당적으로’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다. 여당은 당장 국회에서 각종 의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민생에 큰 주름이라도 지는 듯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더니 국회파행을 풀 생각보다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심이다.
야당도 대여 비난의 강도만 높이고 민생은 돌볼 생각을 않다가 지구당 유급직원 허용 등 이해가 부합하는 일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철저한 여야 협조정신을 보인다. 한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여야 총무들은 정당법 재개정을 위해 4월 영수회담에서 합의한 정치개혁특위를 조속히 구성키로 했다고 한다. 영수회담에서 논의한 정치개혁이 돈 쓰는 정치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는 정치특위가 정당법을 개악하지 않도록 지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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