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崔장관, 문제의 본질 봐야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22분


대형 종합병원 전공의와 전임의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고통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보도다. 입원중이던 병원의 의료기기가 고장나 병원을 옮기려 해도 다른 병원들의 파업으로 수술을 늦춰야 했던 환자가 생명을 잃는가 하면 수술 지연을 비관한 30대 주부 뇌종양환자가 자살했다. 그밖에도 급히 수술을 받아야 할 위암환자까지 수술할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원을 강요당하는 등 환자들의 고통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는 본란에서 거듭 지적했듯이 환자의 생명과 불편을 볼모로 한 의료계의 어떤 집단행동도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전공의와 전임의, 그리고 폐업중인 일부 동네병원들은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병원 문을 열기를 당부한다.

그러나 파업을 강행하는 전공의와 전임의, 병원 문을 닫은 동네병원 의사들을 언제까지 직역집단이기주의나 ‘밥그릇 챙기기’ 차원으로 비난만 해서는 지금의 의료계 사태를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고 본다. 이젠 우리 의료계의 장래를 짊어진 전공의 전임의가 사회적 비난과 의료인의 책무를 뒤로 하고 집단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근본 원인에도 사회적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젊은 전공의와 전임의가 파업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의사로서 자신들의 장래가 불확실한데 따른 불안감과 좌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이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고 월급은 본봉 수당 합해 200만원 미만을 받으면서도 견뎌온 것은 의사로서의 사명감 이외에 그 과정을 거치면 안정적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현실적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의료보험수가가 진료원가의 70% 수준밖에 안되는 현행 의료보험제도 하에서 그동안 손실분을 보전해왔던 약가마진마저 없어지는 의약분업체제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이 그들이 파업에 나선 ‘현실적 이유’라고 여겨진다.

오늘의 의료계 사태는 의정(醫政)간에 이런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서로 솔직하게 터놓고 대할 때만이 풀 수 있다. 그를 통해 진료원가 보전을 위해 국민의 의료보험료 부담은 얼마를 늘려야 할지, 의사의 적정수입은 어느 정도가 돼야 할지, 의과대학 정원은 얼마로 해야 할지 등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신임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은 이 같은 의약분업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점을 직시해야 한다. 의약분업의 명분만 내세워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의사들도 자신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대화를 해야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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