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허물 과 遷―옮길 천 暮―저물 모
흔히 한자를 表意文字라고 하지만 정확한 분석은 아니다. 한자에는 표음적인 성분도 있기 때문이다. 한자의 85% 이상이 形聲字에 속한다는 사실을 보아도 한자에서 ‘소릿값’이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려운 한자를 만났을 때 자신이 아는 부분의 발음으로 읽어도 85% 정도는 맞게 된다. 중국 사람들도 하는 말이 있다. ‘邊(변)이 있으면 邊을, 邊이 없으면 중간을 읽어라!’
‘소릿값’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한자는 무한정 늘어날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의미상으로도 공통점을 띠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복(칠 복)은 部首字(부수자)이기도 한데 나무나 돌을 가지고 ‘치다’ ‘두드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전을 보면 ‘톡톡 두드릴 복’으로 풀이돼 있다. 망치 같은 도구(工)로 두드리는 것이 功(칠 공), 두드려 바로잡는 것(正)이 政(정사 정), 자식(子)을 가르치면서 매를 대는 것이 敎(가르칠 교), 조개(貝)를 깨뜨려 못쓰게 만드는 것이 敗(깨어질 패), 높은(高) 문을 두드리는 것이 敲(두드릴 고)다.
‘고치다’는 뜻의 改도 같은 이치다. 곧 스스로(己)를 때리는 것으로, 자신의 허물을 自責(자책)하는 것이다. 허물을 고쳐 바르게 되는 것이므로 ‘고치다’는 뜻이 된다. 改過遷善(개과천선) 改良(개량) 改善(개선) 改革(개혁) 朝令暮改(조령모개)가 있다.
閣은 門과 各의 결합으로 본디 ‘대문에 제각각 사용했던 나무’를 뜻했다. 대문을 열고그냥 두면 바람에 의해 다시 닫힌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쪽 대문 밑에 구멍을 파고 말뚝을 박아 ‘제각기’ 대문을 고정시켰던 나무로 한자에서는 (말뚝 궐)이라고 했다.
대체로 그런 문은 고래등같은 큰 집에나 있었으므로 閣은 집, 누각도 뜻하게 됐다. 閣僚(각료) 閣議(각의) 高樓巨閣(고루거각) 內閣(내각) 入閣(입각) 組閣(조각)이 있다.
改閣은 內閣을 바꾸는 것이다. 內閣의 구성원을 교체하는 것으로, 교체의 폭이 크면 전면개각이며 작으면 부분개각, 內閣을 새로 짜면 組閣이 되고 內閣에 들어가는 것은 入閣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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