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부통령은 이날 고향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집회에서 리버맨 의원을 러닝 메이트로 지명하고 “우리는 동반자로서 로스앤젤레스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백악관에도 함께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대계로서는 최초로 부통령 후보가 된 리버맨 의원은 “(유대인에 대한) 벽을 허문 고어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야후 등 주요 인터넷 게시판과 토론 사이트에는 리버맨의 부통령 후보설이 나돈 7일부터 유대인들을 비방하는 글이 폭주하는 등 뿌리깊은 반 유태인 정서가 불거지고 있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지는 8일 “AOL에 게시된 1만4000건의 글 중 절반 이상이 유대인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내용이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딕 체니 전국방부장관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을 때 AOL에 오른 글은 2000건 정도에 그쳤다.
유대인을 비방하는 글은 ‘매부리 코’ 등 인종적 특성을 트집잡는 것부터 마이너리티(소수계)임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가 마침내 정치권력까지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인종적 편견에 치우친 것들로 논리적 근거나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내용들.
CNN 방송은 8일 정치관련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을 이같은 반유대 정서의 확산 조짐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주제로 내건 ‘토크 백 라이브’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유대계 인사는 “언론이 리버맨에 대해 ‘최초의 유대계 부통령 후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자체가 편견에 입각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대계의 영향력이 큰 미국 주요 언론들은 고어 부통령의 리버맨 카드 선택에 대체로 우호적인 논평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고어 부통령은 유대계 후보에 대한 장벽을 허무는데 유권자들을 초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지도 리버맨의원이 유대교의 휴일인 안식일에 근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안식일에 캠페인은 하지 않겠지만 정상적인 근무는 하겠다”는 그의 해명을 비중있게 소개하기도 했다.
많은 유대인들은 리버맨의 발탁을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민주당이 대선에서 지면 그 책임이 우리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며 반유대주의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셰어, 우피 골드버거 등 할리우드의 슈퍼스타들은 14일 로스앤젤레스서 시작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장으로 총출동, 고어 부통령의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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