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남한에서 1차 선정한 상봉신청자 200명 중 북측이 생존을 확인해준 이산가족은 126명이었다. 12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 생사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도 62명이었다. 반면 부산 거주 장이윤(張二允)씨의 109세 된 노모 구인현씨가 살아 있다는 통보는 북한측의 잘못된 조사결과였음이 밝혀졌다.
6·15남북공동선언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된 뒤 남한에서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7만6793명이었다. 그 중 고작 100명만이 이번에 가족을 만나게 된다. 탈락한 상봉 신청자 중 대다수는 가족의 생사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수만 가족의 생사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발된 극소수의 상봉만으로 이산의 아픔은 치유될 수 없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화해의 큰 이벤트로 비쳐지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한 달에 30∼40건의 만남이 중국 등 제3국에서 이뤄져 왔다. 민간의 노력으로도 그만큼 상봉을 실현했는데 당국이 공식적으로 나서 추진하는 상봉자 수가 이처럼 적어서는 안 된다. 당초 합의한 수(각 100명)에 얽매여 생사가 확인된 이산가족조차 상봉에서 제외한 것은 융통성 없는 태도다.
이런 가운데 헤어진 가족을 찾으려는 비원을 파고든 이른바 상봉 브로커들이 활개를 친다는 소식이다. 제3국에서의 상봉을 대가로 브로커들은 단계마다 엄청난 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우선 생사확인을 하면서 착수비를 건네야 하고 그 다음엔 서신교환과 상봉의 경우로 나누어 각각 수수료를 받는데 한번 만남에 대략 1000만원 이상이 든다는 것이다. 이는 이산가족 찾기와 생사확인을 그동안 남북 당국이 방기해 왔기 때문에 생긴 부조리다.
정부는 더 많은 이산가족이 공식 창구를 통해 상봉할 수 있도록 상설면회소를 조속히 설치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국군포로와 강제납북자들도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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