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채권의 금리가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자 마비됐던 회사채시장이 사업내용이 좋은 기업을 중심으로 살아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10일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전일비 0.08%포인트 내린 7.69%로 마감, 연중최저치(종전 7.77%)를 경신했다.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도 전일비 0.05%포인트가 하락한 8.89%로 장을 마쳐 이틀연속 연최저치를 경신했다.
채권금리가 이처럼 큰폭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수급호조 때문. 여기에다 한국은행이 금리하락에 제동을 걸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매수세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은행은 투신사들이 채권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금리가 안정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국고채 통안증권 등 우량채권에만 맴돌고 있는 자금이 회사채로도 유입되며 회사채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우량채권의 금리하락이 회사채시장 회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량채권금리 하락을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실제로 이날 SK텔레콤이 4천억원의 3년만기 회사채를 어제 종가보다 0.35%포인트 낮은 금리로 발행했고 하나로통신은 2년6개월짜리 회사채 1,500억원어치를 11.70%에 발행했다.
SK텔레콤은 신용등급이 AA인 초우량기업이어서 회사채 발행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었지만 신용등급 BBB-인 하나로통신이 회사채를 발행한 것에 시장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이 정부의 시장안정대책으로 조성된 회사채펀드의 도움없이 은행 투신사 등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매수에 의해 거액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투신사의 채권 매수세가 살아난 것이 큰힘이 됐다는 분석. 투신사들이 아직은 국공채 위주로 사들이고 본격적으로 BBB급 회사채를 사지 않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망할 염려가 적은 기업의 회사채는 매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로통신 회사채를 200억원어치 샀다는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비과세상품 유입자금의 90%가 국고채형펀드여서 국공채 위주로 사고 있지만 망할 염려가 없는 회사채는 선별적으로 매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우량채권의 금리가 회사채에 비해 워낙 많이 떨어져 회사채에 투자매력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수급호조로 우량채권의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BBB급 회사채라 하더라도 부도 가능성이 적은 기업의 회사채에 대한 매수세가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