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한양대) 시절 아마 최고의 왼손 강타자로 군림했던 강혁(26·사진). 이제 그는 멋과 품위를 갖춘 당당한 프로야구선수로, 팀타율 1위(0.297)인 막강 두산타선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역대 최고령 신인왕’의 꿈이 어느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신일고 4년 때인 92년 두산의 전신인 OB와 입단계약을 맺었다가 한양대로 진로를 바꾸는 바람에 프로 영구제명 선수의 낙인이 찍혔던 그가 마침내 프로야구에서도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도 프로의 외면을 받아 실업팀인 현대 피닉스에서 알루미늄 방망이를 잡았던 강혁은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사면’을 받았지만 프로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후반기부터 출전하라는 징계를 받았고 정작 후반기가 돼서는 어깨부상으로 고작 15경기에 나가 20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아무리 부상 때문이라지만 그를 아는 팬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참기 힘들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강혁은 이를 깨물었다.
동계훈련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했고 손바닥이 터져라 고무타이어를 쳐댔다. 그 결과 시즌 초부터 방망이가 감겨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팀당 100경기 안팎을 치른 9일 현재 그는 타율 0.292에 84안타 30타점. 타격 21위로 올해 신인 중 유일하게 개인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홈런은 5개에 머물고 있지만 18개의 2루타를 쳐내 중거리포로서의 명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즌 초 잘 나갔던 ‘고졸 투수 3인방의 동반 몰락’은 상대적으로 강혁의 신인왕 꿈에 날개를 달아줬다.
신인왕 1순위로 꼽혔던 SK 왼손 이승호는 팀성적이 2할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승보다는 패가 많은 7승 10패 4세이브에 평균자책도 5점대(5.17)로 올라갔다.
한화 조규수도 구질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6승 11패에 평균자책 5.80으로 추락했고 삼성 이용훈이 8승 6패로 5할승률 이상을 올리고 있지만 평균자책 5.33이 말해주듯 인상적인 투구는 아니라는 평가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