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반기 실적 발표속 '주가와 실적 때론 별개'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 소속된 많은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실적 향상은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증권업계에서는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정비례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인 상황은 없을까.

▽두 반도체기업의 엇갈린 행보〓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한국과 미국을 각각 대표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상반기 실적을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월등하게 나은 것을 알 수 있다.(표 참조)

삼성전자는 마이크론보다 매출액은 4.4배, 순이익은 4.6배 더 많았고 종업원 1명당 매출액도 2배 가까운 수준이었다. 신영증권 이승우연구원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상반기 실적은 1분기 때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가 측면에서는 두 회사의 위치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의 경우 삼성전자가 마이크론보다 더 적고 주가수익률(PER) 등 주가지표도 0.2배 수준에 그치는 열세를 보였다.

주가상승률도 1년전과 연말을 각각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특히 3개월전 주가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5.8% 하락한 반면 마이크론은 45.1% 상승해 분명한 대조를 보였다.

▽경기 전망이 더 중요하다〓주가에 실적이 선(先)반영되는 것이 주가가 연계해 움직이는 것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작년에 이어 상반기에도 호전되고 있으나 하반기(6∼12월)에도 지속될 것인지는 아주 불투명하다는 것.

게다가 실적 향상 배경이 영업이익 증가가 아니라 각종 비용 감소에 있다는 점도 주가가 실적을 따라가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비용 절감은 안정성이 크게 떨어져 주가를 깎아내리는 요소가 된다는 것.

미국은 장기호황 덕분에 85년 이후 기업의 이익과 주가가 동반 상승했고 90년과 97년 기업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향후 기대감이 작용해 주가는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 유보적인 판단을 내리는 분위기가 많아 주가 연동가능성은 낮아질 것 같다”며 “보통 실적이 발표되는 시점을 전후한 일주일동안 주가가 가장 크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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