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머나 먼 '여야 상봉'

  • 입력 2000년 8월 15일 18시 50분


14일 이회창(李會昌)총재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향해 출발했다. 당 차원에서 제55주년 광복절 기념행사를 갖기 위해서였다.

하루 뒤 같은 장소에서는 정부가 주관하는 ‘공식’ 광복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그리고 서영훈(徐英勳)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했다. 한나라당에서는 하순봉(河舜鳳)부총재가 ‘야당대표’로 참석했다.

여야가 광복 55주년 기념행사를 따로 연 셈이었다.

여야는 ‘여당 따로, 야당 따로’ 광복절 기념식에 이어 광복절인 15일에는 이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8월14일이 한나라당 광복절이냐. 야당과 이총재는 국민의 정부 하에서 열리는 국가적 행사에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으며, 이는 국정을 같이하는 야당의 할 일이 아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공식행사에는 하부총재가 참석하지 않았느냐”며 “우리 당은 광복절을 맞아 나름대로 광복의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고 짚어보는 게 소중하다는 생각에서 따로 행사를 가졌는데 이것까지 문제삼는 것은 속 좁은 행태”라고 발끈했다.

같은 날 이산가족 방문단이 서울과 평양에서 반세기 동안 연락조차 할 수 없었던 가족들을 만나면서 상봉장은 거대한 눈물바다로 변했다. 혈육의 정 앞에 분단 55년 동안 남과 북을 가로막아 왔던 냉전의 두터운 벽도 순간에 무너졌다.

그러나 같은 시간 여의도에서 바라보는 ‘정치권의 냉전구조’는 여야 지도부가 상호 불신 때문에 광복절 기념식조차도 함께 치를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여야도 이산가족들처럼 만날 수는 없을까. 만나서, 여야가 결국은 국정의 공동주체이며 남북관계 개선의 두 수레바퀴라는 사실을 공감할 수는 없는 일일까.

공종식<정치부>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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